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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속에 숨쉬는 선비의 멋 … 곡선 위에 꿈꾸는 자연의 힘

요리스 라만의 대표작 ‘본 체어(Bone Chair)’. 뼈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알루미늄 의자엔 유기체적 곡선미가 담겨 있다. MoMA 소장.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다(天圓地方)’.

 중국 진(秦)대의 사서(史書) 『여씨춘추(呂氏春秋)』는 우주의 원리를 이렇게 한마디로 압축했다. 이는 동양의 건축에서, 디자인에서 끊임없이 응용됐다. 우리 목가구도 마찬가지다. 완전수 ‘4’를 구현한 사각의 반듯한 선은 자연의 원리이며 선비의 정신이었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의 젊은 디자이너가 구현한 자연은 또 어떤가.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이 ‘올해의 혁신가’로 꼽은 요리스 라만(33)은 “내 작업의 원천은 자연의 섭리’라고 감히 말한다. 뼈·숲·잎 등 자연에서 착안한 의자·탁자에선 유기적 곡선미가 두드러진다. 출발은 같은 자연이되 결과는 정반대. 서울 시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열리는 두 전시가 대비해 보여주는 세계관이다.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갤러리(02-310-1924)에선 다음 달 1일까지 ‘사각사각: 조선시대의 함과 소품’전을 연다. 경기여고 경운박물관과 공동기획·주관했다. 이 박물관과 리움, 개인소장가의 애장품 60여 점을 모았다.

 “책상이나 연상(硯床)엔 구름 모양을 새기지 말고, 금구(金具) 장식과 주황칠은 피하고, 무늬목으로 고담하게 하라. 조촐할수록 좋다.”

19세기의 화각함. 화각은 쇠뿔을 종잇장처럼 얇게 편 뒤 채색해 목기 표면에 붙여 장식하는 공예다.
 조선 숙종 때 실학서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선 선비의 사랑방에 놓일 가구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없는 듯 있으며 각자의 소임을 다한 게 선비의 목가구다. 멋은 오로지 90도로 딱 떨어지는 잘생긴 사각, 장식이라면 붉은빛 화사한 무늬 내는 물푸레나무, 먹으로 그린 듯 표면에 강약을 주는 먹감나무 등 본래의 나뭇결 정도다.

 다만 세도가들이나 부녀자들은 대나무·종이·상어가죽(교피)·소뿔(화각)·조개껍질(나전) 등 자연의 여러 재료를 살려 재미를 더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02-735-8449)는 20일까지 요리스 라만의 국내 첫 개인전을 연다. ‘본 체어(Bone chair)’ ‘포레스트 테이블(Forest table)’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의 디자인 가구는 자연적 성장을 거듭하는 뼈·나무의 비율을 모델로 했다. 이들 모델을 컴퓨터 디자인에 적용시켜 새로운 알고리즘을 생성하는 ‘디지털 공예’다. 라만의 작품은 프랑스 퐁피두 센터, 미국 현대미술관,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등에 소장돼 있다.

 대림미술관 김신 부관장은 “동서양의 디자인 미학은 공간의 비움과 채움에서 구별된다. 같은 자연에서 출발했으되 결과물이 다른 건 어떤 정신을 담으려 했느냐에 차이가 있어서다. 직선은 곧 실용으로 장인의 미학이다. 반면 유기적 곡선은 장식성이 두드러지며 실용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두 전시 모두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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