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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변신의 제왕 ‘모방문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열대의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는 당신 앞에 이상하게 생긴 생물이 나타난다. 낯선 침입자를 안마당에서 쫓아내려는 순간 놈이 갑자기 형태를 바꾼다. 그리고 당신이 잘 아는 생물, 줄무늬 바다뱀이 나타난다. 맹독을 지니고 있으며 당신을 다음 끼 식사로 삼을 포식자다. 당신은 뒤돌아서 줄행랑을 놓는다. 당신은 자리돔이고 지역은 인도네시아 앞바다다. 방금 모방문어(mimic octopus )에게 속은 것이다.

1998년 학계에 처음 알려진 모방문어는 변신의 제왕이다. 2004년 “모방하는 기적의 문어”란 뜻의 학명(Thaumoctopus mimicus)이 붙었을 정도다. 모방은 생물계에서 흔한 현상이다. 독이 있거나 먹을 수 없는 다른 생물로 위장하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뱀과 파리, 거미와 식물 등이 모두 이런 전략을 구사한다. 하지만 모방문어는 특별하다. “두 가지 이상의 다른 형태로 변신하는 능력을 갖춘 생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2006년 영국 리즈대학의 톰 트레겐자 교수는 말한 바 있다. 몸길이 60㎝인 이 문어는 심지어 각기 다른 위험에 상응하는 생물로 변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바다뱀으로 변신하는 것은 자기 영역을 지키는 자리돔을 만났을 때뿐이다. 하지만 모방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일까, 아니면 인간의 상상력이 지나친 의미를 부여한 것일까. 2000년 영국 BBC 방송 디스커버리 필름 제작팀은 6시간에 걸쳐 생생한 현장을 촬영했다. 그 결과 형태, 색상의 조합, 그리고 문어 같지 않은 움직임은 회의주의자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예컨대 독가자미를 흉내 낼 때는 다리를 한데 모으고 머리를 납작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가자미처럼 너울너울 헤엄친다. 바다뱀으로 변신할 때는 노란색과 검은색이 교차되는 줄무늬를 만들고 머리와 6개의 다리를 바닥에 파묻고 나머지 두 다리만 밖으로 내놓는다. 각기 반대방향으로 뻗은 다리는 절묘하게 뱀처럼 움직인다. 어떤 때는 다리 8개를 모두 머리 위로 올리는데 다리는 지그재그로 구부러져 말미잘의 독 있는 촉수를 모방한다. 변신할 수 있는 대상은 이외에도 쏠배감펭, 거미불가사리, 장수거미게, 노랑가오리, 갯가재, 해파리 등 15종에 이른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모방의 제왕을 모방하는 물고기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모래에 뚫어놓은 구멍 속에서 주로 지내는 ‘후악치’다. 이 겁쟁이 물고기가 모래 바닥을 이동하는 모방문어의 촉수 사이에 숨어 헤엄치는 장면이 비디오로 촬영됐다. 어두운 갈색과 흰색이 교차된 후악치의 무늬는 문어와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다. 6일 이를 보도한 영국 BBC 뉴스는 후악치가 문어를 보호막으로 삼아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문어는 후악치에 관심이 없고 후악치도 문어를 두려워하지 않는 행태를 보인다. 하지만 후악치는 변신능력이 없기 때문에 문어가 갑자기 바다뱀이나 말미잘로 변하면 줄행랑을 놓아야 할 것이다. 모방문어를 능가하는 의태 생물은 앞으로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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