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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처럼... 첫발 내디딘 무용 한류

예술의전당이 신년 창작무대로 무용작품 ‘4색(色) 여정’(1월 4~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올렸다. ‘클래식 한류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이다. 신년맞이 무대로 축제 분위기의 갈라 공연이 아닌 창작무대를 꾸몄다는 점과 예술의전당이 오랫동안 기획한 적이 없는 무용 장르를 선택했다는 점이 새해 벽두 공연계의 첫 이슈가 됐다.
한국 춤과 발레의 경계를 허물고,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4명이 모였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주원, 유니버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황혜민과 엄재용, 그리고 안무와 구성까지 맡은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이정윤.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창작무용 ‘4색 여정’, 1월 4~5일 예술의전당


부제 ‘Endless Voyage(끝없는 여행)’가 말해 주듯 첫 장면은 즐비한 돛단배 풍경으로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배에 오르는 4명의 주인공. 이들의 항해는 모험과 같다. 희로애락애오욕의 일곱 가지 감정을 담은 군무가 펼쳐진다. 한국 무용의 춤사위를 기본으로 하지만, 간간이 현대무용이나 발레에서 볼 수 있는 동작이 나온다. 예를 들어 팔의 관절 하나하나를 비틀며 상체 중심에서 뻗어나오는 잔잔한 에너지를 손끝까지 전달하는 한국 무용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다가 빠르고 경쾌한 각진 팔 동작으로 마무리한다. 또 양다리를 바깥으로 향하고 강약을 조절하며 힘찬 도약을 시도하다가 순간 발뒤꿈치부터 내디디며 차분하고 정렬된 발 동작을 보이기도 한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국악 반주에 맞춘 퓨전 몸짓이다. 생소한 듯하면서도 한국 전통무용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어지는 황혜민과 엄재용의 2인무는 사랑의 발레, ‘파드되’이다. 이정윤이 안무했다고는 하나 정통 발레 동작과 거대한 계단까지 배경으로 더해져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이 둘이 보여준 ‘포르테’는 발레에서만 볼 수 있는 백미였다.

이때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한국 춤과 서양 춤의 접목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한국 창작무용을 하는 춤꾼들이 수십 년에 걸친 과제로 껴안고 있는 한국 춤의 현대화, 즉 ‘컨템퍼러리 한국 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한국 춤의 깊은 호흡을 이해하고 있는 김주원의 솔로와 4장의 신명나는 군무가 볼 만했다.
안무·구성을 맡은 이정윤의 역량 자체를 폄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2007년 발레리나 김주원을 위해 안무한 ‘디 원’으로 이미 극찬을 받은 바 있고, 국립극장 기획공연 ‘이정윤 & 에투왈’을 통해 구성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오페라극장과 같이 큰 무대를 밀도 있게 채우고, 70분 동안 이어지는 전 막을 안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무용 한류의 시작! 시도는 좋았으나 갈 길은 멀어 보였다. 오늘날 K팝이 글로벌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오직 이날만을 바라보며 10년 이상 달려온 기획자의 노력 덕분이다. ‘한류 전략가’라고 불릴 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단계적 추진을 실행해 온 기획자의 진지함이 낳은 결과다. 세상에 내놓기 전에 준비기간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용 한류’를 10년 뒤의 영광으로까지 멀리 보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에겐 세계 수준의 무용수가 충분히 양성돼 있기 때문에 엄격한 트레이닝 시스템이 필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렇게 훌륭한 무용수들을 한국적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국제적 감각으로 잘 포장할 수 있는 기획력이다. 세상에 내놓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하는 마인드가 절실하다. ‘클래식 한류 프로젝트’를 위한 보다 철저한 계획, 완성도 있는 기획부터 세워야 할 것이다.



포르테(Porté)
한 명 또는 여러 명이 다른 한 명을 높이 들어올리는 동작.
서양에서도 19세기에 접어들어서야 등장한 동작으로,
발레에서는 보통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를
어깨 위에 올려 균형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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