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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누구 찍나 ‘커닝’하고 … 동네 반상회 같은 코커스

박승희
워싱턴 특파원
미국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는 끝났다. 승패를 가리는 행위는 치열하고 잔인하다. 하지만 그건 후보들 간 얘기다.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 디모인에 머물면서 지켜본 코커스는 부러울 만큼 민주적이었고 평화로웠다.

 3일 오후 7시(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시 라이트 초등학교에는 8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들었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은 ‘디모인 86 선거구’였다.

 회사 일을 마치고 곧바로 왔다는 제프 하퍼는 “오랜만에 이웃을 만나 즐겁다”며 연신 싱글벙글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더니 “비밀을 묻는다”고 농을 던진 뒤 “릭 샌토럼이 좋아졌다”고 선선히 말한다.

 30분 뒤 자리를 옮겨 도착한 ‘87선거구’ 링컨 레일스 아카데미엔 조금 더 많은 1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임시 의장이 종이 한 장씩을 돌렸다. 전자투표용 OMR 카드도 아니었고, 후보들의 이름이 길게 적힌 한국형 투표용지도 아니었다. 공화당을 상징하는 코끼리 문양이 찍힌 보통의 분홍색 도화지였다.

 주민들은 한국의 초등학생들이 학급 회장을 뽑을 때 그러듯이 손으로 종이를 가린 채 지지 후보의 이름을 썼다. 옆 사람이 쓰는 이름을 ‘커닝’하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후보의 영어 이름을 잘못 쓰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누구를 쓴 건지 알기 때문에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 거둬진 투표용지를 2명의 주민이 구석에서 후보별로 분류했다. 의장이 “릭 샌토럼이 1등을 했다”고 선언했다. 샌토럼 28표, 론 폴 17표, 뉴트 깅그리치와 릭 페리 각 11표 등의 순이었다. 페리를 지지한 사람도, 폴을 지지한 사람도 박수를 쳤다. 동네 사랑방 같은 이런 선거구가 아이오와주에 1774개나 된다.

 운동원들 간 몸싸움도, 봉투도, 요란한 음악도 없었다. “투표가 생각보다 싱겁다”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참석자들이 거꾸로 어리둥절해했다. 올슨은 “지금까지 네 차례 코커스에 참여했지만 논란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동네 반상회 같기도 하고, 학급 회장 선거 같기도 한 ‘조촐한’ 코커스였지만 그래서 더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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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