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포털 사람인 2975명 조사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이 직장인 2975명을 설문한 결과 45%가 “직장에 왕따가 있다”고 답했다. “왕따 문제로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답한 경우도 58%였다.
직장은 학교와 달리 욕설·폭력은 없지만 은근하게 따돌리는 게 특징이다. 마케팅 회사 직원 김모(36)씨는 “예전 다니는 직장에 경력으로 입사했는데 선배는 물론이고 후배도 인사를 하지 않는 등 ‘투명인간’처럼 대하더라”며 “직장에선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에서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 안 끼워 주니까 하루 종일 동료들과 말 한마디 나누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야근 등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도 있다. 종합병원 간호사 조모(26)씨는 “간호사 생활을 오래한 선배가 3교대 근무표를 짜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새벽·휴일에 야근을 몰아주더라”며 “일부러 까다로운 환자를 맡게 하는 등 알게 모르게 부담을 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따돌림이 치열한 사내 경쟁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따돌림은 어느 집단에서나 있을 수 있지만 직장은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곳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직원 한 명을 왕따시킴으로써 우월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같은 회사 직원’이란 의식은 약해진 데 비해 사내 경쟁은 치열해졌다”며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남을 누르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단으로 왕따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궁기 연세대 정신과 교수는 “직장에선 따돌림을 당하더라도 부모·친구나 교사 등 학교에서보다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적다”며 “성인이란 이유로 오히려 왕따 사각지대에 남겨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람인 설문 결과에 따르면 사내에 왕따를 막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8%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