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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티 내지 마라" '직따' 당한 은행원 결국

#1. 전자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강모(28)씨는 지난해 초 점심시간마다 ‘왕따’를 당했다. 팀장이 강씨만 쏙 빼놓은 채 동료들만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동료들이 강씨만 빼놓고 만든 카카오톡(스마트폰 메신저) 대화방에서 ‘오늘 몇 시쯤 나가 어디에서 점심 먹자’고 이야기한 뒤 나가기 때문에 강씨는 알 수가 없었다. 강씨는 입사 후 석 달 동안 거의 혼자 점심을 먹었다. 강씨는 “이들은 새로 입사한 후배를 왕따로 만든 뒤 나를 점심 자리에 끼워 줬다. 알고 보니 조금만 맘에 들지 않으면 신입사원을 그런 식으로 길들이더라”고 했다.



취업포털 사람인 2975명 조사

#2. 입사 3년차 은행원인 노모(28)씨는 지점을 옮긴 뒤 ‘대졸 정규직’이란 이유로 경력이 많은 고졸 선배들에게 무시당했다. 선배에게 불려 나가 “대졸 티 내지 마라. 태도가 뻣뻣하다”며 혼난 적도 많았다. 선배 지시로 창구 입구에서 고객에게 인사만 한 날도 있었다. 노씨는 “서로 고객을 나눠 맡아야 하는데 일부러 고객을 천천히 받거나 돌려서 나한테 몰리도록 하더라”며 “관리자에게 힘들다고 말했지만 ‘선배니까 참고 따라야 한다’며 무시하더라”고 털어놨다. 결국 노씨는 지난해 8월 회사를 그만뒀다.



 ‘직따(직장 따돌림)’도 학교폭력 못지않게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이 직장인 2975명을 설문한 결과 45%가 “직장에 왕따가 있다”고 답했다. “왕따 문제로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답한 경우도 58%였다.



 직장은 학교와 달리 욕설·폭력은 없지만 은근하게 따돌리는 게 특징이다. 마케팅 회사 직원 김모(36)씨는 “예전 다니는 직장에 경력으로 입사했는데 선배는 물론이고 후배도 인사를 하지 않는 등 ‘투명인간’처럼 대하더라”며 “직장에선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에서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 안 끼워 주니까 하루 종일 동료들과 말 한마디 나누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야근 등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도 있다. 종합병원 간호사 조모(26)씨는 “간호사 생활을 오래한 선배가 3교대 근무표를 짜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새벽·휴일에 야근을 몰아주더라”며 “일부러 까다로운 환자를 맡게 하는 등 알게 모르게 부담을 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따돌림이 치열한 사내 경쟁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따돌림은 어느 집단에서나 있을 수 있지만 직장은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곳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직원 한 명을 왕따시킴으로써 우월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같은 회사 직원’이란 의식은 약해진 데 비해 사내 경쟁은 치열해졌다”며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남을 누르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단으로 왕따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궁기 연세대 정신과 교수는 “직장에선 따돌림을 당하더라도 부모·친구나 교사 등 학교에서보다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적다”며 “성인이란 이유로 오히려 왕따 사각지대에 남겨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람인 설문 결과에 따르면 사내에 왕따를 막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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