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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 중 10명이 전과자 … 학교도 어쩌지 못한 여주 중학생 일진

경찰에 학교폭력 하소연하는 학부모 4일 울산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한 학부모가 집단 따돌림 및 학교폭력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6일 오후 4시30분 경기도 여주군 여주공설운동장 뒤편 야산에 Y중학교 교복을 입은 중학생 한 무리가 모였다. 10명의 어린 학생이 일렬로 서자 이들보다 덩치가 큰 학생들이 입에 담배를 문 채 몰려들었다. 이 학교 김모(15)군 등 3학년 학생들이 1, 2학년 후배들을 집합시킨 것이다. 자신들과 어울려 다니는 여학생을 험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소문낸 사람 누구야?”

 잔뜩 겁을 집어먹은 후배들에게 김군 등이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맞은 학생들은 얼굴을 감싸고 배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워 했다. 신음을 내자 김군 등은 후배들의 셔츠를 벗긴 뒤 입에 물렸다. 이때부터 잔혹한 집단폭행이 시작됐다. 가슴과 배로 주먹과 발이 번개처럼 날아갔다. 주저앉으면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게임이나 이종격투기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듯 인정사정 없는 폭력이었다. 피해 학생들은 ‘일진’이 보복할 것이란 두려움과 공포감 때문에 가족에게 “싸웠다” “넘어졌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김군 등 20여 명의 무리는 이 일대 중학생들 사이에 소문난 일진 그룹이었다. 김군과 박모(15)군은 지난해 2월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공동 짱’이 돼 일진 모임을 이끌었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교칙을 위반해 학교에서 받는 징계는 곧 ‘별’을 의미했다. 별이 많을수록 그룹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조직폭력배들이 범죄 전과가 생기면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짱’인 김군은 폭력과 공갈, 특수절도 등 범죄 전과가 이미 7회에 달했다.

 자기들보다 힘없는 후배들은 노리갯감이었다. 교실로 끌고 온 후배에게 숨을 멈추게 한 뒤 가슴을 눌러 기절하면 둘러싸고 발길질을 해댔다. 이른바 ‘기절놀이’다. 죽음 직전까지 갔던 후배들은 주머니에 있는 돈까지 뺏긴 뒤에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배들의 바지를 벗기고 자기들이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도록 했다. 수치심 때문에 머뭇거리면 가차없이 주먹과 발이 날아왔다.

 수면 아래에 있던 이들의 범행은 피해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학교 측에 알리면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초 학교 측이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 2학년 50여 명이 이들에게 돈을 빼앗기거나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관계자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훨씬 심각했다. 학교에서 선도할 수 있는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진회 수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제 10대 중반의 소년들이지만 이들의 행각은 성인범죄를 능가할 만큼 흉포하고 잔혹했다. 지난해 2월 초부터 11월까지 61차례에 걸쳐 저학년 학생들에게 260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고 상습적으로 폭행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4일부터 6일까지 가출한 여중생 2명을 10여 명이 세 차례에 걸쳐 집단 성폭행한 사실도 밝혀졌다. 부모가 없는 집 안이나 저녁시간 인적이 뜸한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 등에서 범행을 저지를 만큼 대담했다. 일부는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을 전리품이라도 된 듯 자랑하기도 했다.

 여주경찰서는 김군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22명 중 10명이 특수절도 등의 범죄 전과가 있는 등 중학생들의 일탈행동으로 보기엔 죄질이 너무 나쁘고 선처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여주=유길용 기자

◆일진회=청소년 폭력조직의 통칭. 일본 만화가 모리타 마사노리의 학원폭력물 ‘캠퍼스 블루스’(1997년 절판)에서 비롯됐다. 짱(두목)과 부짱(부두목) 밑에 조직원과 심부름꾼(셔틀) 등의 조직 형태를 띠고 있다. 2005년 서울과 대구 등에서 일진회 지역연합이 생기면서 폭력조직 형태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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