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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의 여론女論] 1920~30년대 새해다짐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대학 교수
“새해가 될 때마다 올해에는 좀 더 부지런하며 자기의 의무에 충실해지자는 결심과 작정은 늘 있었으나 충실하게 실행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 역시 예년 하는 말이나 금년에는 좀 더 부지런하며 규칙적 생활을 실행코자 합니다. 이것이 나의 결심인 동시에 우리 일반 여성 동무에게 권하고 싶습니다.”(‘각계각인 신년에 하고 싶은 말’, 『별건곤』, 1929.1)

 신문이든 잡지든 새해가 되면 유명 인사들의 새해 인사 및 당부 메시지나 신년 계획 등을 싣곤 한다. 1920~30년대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 글도 새해맞이 설문에서 동덕여고 미술교사 박성환(朴聖煥)이 한 말이다. 신년이 될 때마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결심과 다짐을 하곤 하지만, 사실 그것을 지키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평범해 보이는, 박성환의 위와 같은 말이 그래서 더 공감이 간다.

 그러나 각계 명사들이 이런 ‘소박한’ 다짐만 내보였던 것은 아니다. 정신여고 교사 방신영(方信榮)은 “우리 조선사람의 가정제도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성인을 표준 삼고 어린이를 너무 홀대”한다며 ‘제2세의 국민인 어린이’를 제대로 양육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당시 중외일보 부사장이었던 이상협(李相協)은 이론과 선전에만 치중했던 과거 조선사회를 청산하고 실행의 길로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또 다른 설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정신과 역사의 흐름을 통찰하며 사회와 대중이 해야 할 다짐을 요청하는 신년 인사들이 종종 있었다. 교육가 김려식(金麗植)은 “우리 사회의 개개인이 다 같이 신의와 공덕을 존중하여 앞으로 권위 있는 여론을 세워서 법률적 재판보다도 그것을 더 두려워하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3·1운동 당시 이화여전 학생들과 함께 시위에 앞장섰던 기독교인 박희도(朴熙道)는 “동지 간에 신의를 굳게 지키어 과거에 우리가 경험한 바 자멸에 이끄는 망거(妄擧)에 이르지 말고 좀 더 우리들의 일에 수확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왔다.(‘독자 여러분께 보내는 명사 제씨의 연두감(年頭感)’, 『별건곤』, 1931.1)

 이런 메시지들은 사회·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2012년을 맞는 우리에게도 유효해 보인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도 이들이 제기한 신의, 공덕, 여론, 단결, 수확 등과 같은 덕목들은 매우 절실하다.

 2012년으로 넘어오던 즈음, SNS에도 저마다의 신년 맞이 감상이 넘쳐났다. 새로운 미디어 덕에 생긴 독특한 문화이자, 자신의 다짐과 계획을 남들에게 밝히면서(라도) 꼭 지키고 싶은 간절한 바람의 산물이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데 대한 아쉬움부터 금주·금연·다이어트 같은 연초(年初) 단골 계획들, 그리고 사회운동이나 정치참여에 관한 신념과 비전까지 다양했다. 부디 올 연말에는 한 해를 돌아보며 자신들의 소망이 이루어졌음에 뿌듯해 하는 이가 많았으면 좋겠다.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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