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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 될 한국판 컨슈머리포트 … 업계 ‘나 떨고있니’

#1. 최근 현대백화점 아웃도어 매장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12월 들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늘던 ‘코오롱스포츠’의 매출이 지난달 중순부터 갑자기 빠지더니 전년 이하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원인은 소비자시민모임의 등산복 품질조사 발표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원한 이 조사에서 “코오롱액티브 재킷에서 기준치를 넘은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밝히자 같은 회사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까지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회사가 나서서 두 브랜드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대대적으로 알린 뒤에는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공정위 조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2. 기능성 신발을 출시하는 한 스포츠 브랜드 홍보담당 임원은 요즘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정위가 한 소비자단체와 손잡고 이달 중 기능성 신발의 효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 회사도 이미 공정위 요청으로 자체 효능 검사 결과를 제출했다. 하지만 “발표가 어떤 방향으로 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는 것. 이 임원은 “미국에서도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리복의 몸매보정용 신발에 대해 과장광고 판정을 내린 뒤 기능성 신발 시장이 휘청거렸다”며 “발표가 어떻게 나든 시장에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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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를 내겠다.’ 공정위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가장 앞세운 부분이다. 지금까지 해온 소비자단체와의 공동 품질조사를 강화해 그 내용을 온라인으로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단체 ‘소비자 연맹(Consumer Union)’이 발행하는 온·오프라인 월간지 ‘컨슈머리포트’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다.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지원한 소비재 품질조사가 대부분 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12월 발표된 ‘초경량 다운 재킷 품질조사 결과’다.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직접 실시한 이 조사에서 제품의 복원력·보온성이 낮은 것으로 나온 아웃도어 브랜드는 큰 타격을 입었다. 현대백화점 아웃도어 담당 박대영 과장은 “보온성이 떨어진다고 조사된 한 국내 브랜드는 업계 순위가 한두 계단 떨어질 정도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며 “이 조사 결과에 충격을 받아 자체 복원력 검사 기준을 강화한 브랜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파급력 때문에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조사 결과를 다른 목적으로 쓰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공정위가 “유기농 우유가 값은 비싼데 성분은 일반 우유와 똑같다”고 발표하자 유업계는 “우유 값 인상을 막기 위해 압박성 조사를 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유기농 우유라고 일반 우유와 성분이 다를 수는 없는데 이런 조사를 하면 매출이 10%쯤 떨어질 정도로 타격이 크다”며 “이런 조사를 계속 물가 잡기 수단으로 쓰면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소비자 사이에선 “유용한 정보”라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 최근 공정위가 금융소비자연맹과 함께 진행한 ‘변액보험 품질 비교 평가’는 금융소비자연맹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팀장은 “비영리 단체가 이해관계를 떠나 진행한 평가라 많은 소비자가 신뢰를 느낀다”고 말했다. 공정위 김준범 소비자정책국장은 “인터넷상에서도 제품 상품평은 넘쳐나지만, 광고성 글이 많고 객관적으로 품질을 검증해 나온 정보는 아니지 않으냐”며 “이 때문에 공정위가 내놓는 소비자 정보가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계도 있다. 우선 예산이 턱없이 적다. 지난해 9건의 소비재 품질조사에 배정됐던 공정위 예산은 9800만원. 조사 품목이 우유·주스·햄처럼 비교적 저가 제품이었던 것은 예산 제약도 한 원인이었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구독료 수입으로 자동차·TV·PC 같은 물품도 직접 구입해 성능을 테스트한다”며 “올해 예산이 2억여원으로 많이 늘었지만, 10여 건의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감안하면 역시 저가 제품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컨슈머리포트=미국의 소비자단체 ‘소비자 연맹(Consumer Union)’이 발행하는 온·오프라인 월간지. 애플 아이폰의 안테나 수신 불량을 지적하고 도요타 렉서스의 리콜을 이끌어낸 잡지다. 온·오프라인 유료 독자가 700만 명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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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