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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월요인터뷰] 김성근 - 이현세 두 사람이 꿈꾼 ‘루저들의 반란’

김성근 감독(왼쪽)과 이현세 화백(오른쪽)이 지난해 12월 27일 전주야구장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이 화백이 배트를 휘두르자 “폼이 좋다”며 웃었다. [전주=이영목 기자]


‘야신(野神)’ 김성근(70) 전 SK와이번스 감독이 고양원더스 초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고양원더스는 프로팀에서 방출되거나 가지 못한 선수들이 주축이 된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이다. 올해 2군리그에 속한 팀들과 번외경기를 한다. 주류에 편입하지 못한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열정과 치열한 훈련을 통해 재기를 꿈꾼다는 점에서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이현세(56) 화백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과 비슷한 점이 많다. 지난해 12월 27일 이현세 화백이 고양원더스가 훈련을 하고 있는 전주야구장을 찾았다. 김 감독을 만나 야구와 인생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김 감독은 “실패가 많을수록 강해진다. 하지만 실패로 끝나는 사람은 겁이 많아서다. 용기를 갖고 도전하면 언젠가는 성공한다”고 말했다. 성적이 안 좋은 약팀을 혹독한 조련을 통해 강팀으로 만들었던 김 감독은 이번에도 ‘루저(loser)들의 반란’을 꿈꾸는 것 같았다.

하루 15시간 극한 훈련 … 거기 희망이 있다



▶김성근(이하 김)=“태평양 감독 시절 사장과 단장이 ‘완도로 가자’고 했다. 내가 ‘무슨 섬에서 야구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두 분이 ‘애들이 정신차리는 데 좋은 곳이다. 책도 못 봤느냐’고 했다. 그 책이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다.”



 ▶이현세(이하 이)=“ 공포의 외인구단은 사실 ‘도깨비 구단’ 삼미슈퍼스타즈를 모델로 했다. 손병호 감독 이 주인공이다. 재일교포 천재 감독이지만 일본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다 외인구단을 만든다. 섬에서 훈련을 하는데, 만화 스타일로 극한의 강훈련을 그렸다. 손 감독과 김 감독님은 정말 비슷한 것 같다.”



 ▶김=“당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랍다. 나에게 외인구단은 태평양이다. 외인구단이 훈련한 섬은 오대산이다. 태평양 감독 시절 한겨울 오대산에 가 맨발로 산행을 했다. 태평양은 다른 팀에서 그만둔 선수들을 모아 창단했다. 그렇게 구심점 있는 하나의 팀을 만들었다. 그 결과 1년 차 박정현·최창호·정명원이 총 40승을 했다.”



 ▶이=“야구 만화를 그리면서 머릿속에서 지옥훈련을 상상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실제로 무척 특이한 훈련을 하시더라. 알려지지 않은 훈련법이 있는지.”



 ▶김=“태평양 시절에는 물속에서 투구 폼을 잡게 했다. 여기(고양원더스) 아이들에게도 시키고 있다. 물속에서 물을 가르는 동안 손목 힘이 좋아지고, 악력이 커진다. 고양원더스 아이들에게 ‘성공하는 사람은 1군 올라가라. 만약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인생을 배우고 가라.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전력투구하라’고 말한다.”





 ▶이=“고양원더스를 지도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은데.”



 ▶김=“똑같은 야구다. 선수들의 변화가 보인다. 칭찬을 잘 안 하는데, 이틀 전 미팅하면서 ‘너희들 가능성 있다. 하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이=“감독님, 곧 영화 주인공이 될 거 같다.”



 ▶김=“영화 주인공보다는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매일 밤 정신 교육을 한다. 한두 번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고, 포기도 했으니까. 그런 습관을 바꾸고 싶다. 외야 앞에 갈까 말까 한 타구를 보냈던 선수들이 이제 펜스 근처까지 공을 보낸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아니지만 정말 하루에 만 개씩 치게 하고 싶다. 상식 안에 들어가면 못 이긴다. 상식 밖으로 노력해야 강해진다. SK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 나도 겁이 날 정도로 선수들에게 훈련을 시켰다. 7시 일어나서 밤 10시까지 밀도가 다른 훈련을 했다. SK 말고도 모든 팀에서 그렇게 극한 상황에서 야구를 했다.”



 ▶이=“나는 5만 시간 정도 만화를 그렸을 때 비로소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다. 야구에서도 짧은 시간에 일류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훈련은 희망이 아닐까.”



 ▶김=“그렇다. 나는 코치에게 안 맡긴다. 내가 먼저 한다. 며칠 전 여기 눈이 왔다. 내가 새벽에 눈을 치웠다. 코치들이 모두 따라 나와 눈을 치웠고, 그날도 훈련했다.”



 ▶이=“일류가 되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전체적으로 가벼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 만화는 쉽게 그린다. 매일매일 투쟁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설익은 걸로 영광을 가져가고 또한 스트레스를 얻는 것 같더라.”



 ▶김=“ 만화나 야구나 밀도에 소홀하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SK도 잘했다’고 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김성근 야구가 더럽다고 한다. 게임 속에 들어와서 보라. 왜 번트를 하는지 아는가. 2002년 LG 감독 당시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점 차로 앞설 때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런데 코치가 내 사인을 놓쳤다. 그때 ‘아 졌구나’ 싶었는데 진짜 졌다. 그 번트가 성공해 5점 차가 됐으면 이상훈을 내지 않고도 이겼을 것이다. 이승엽·마해영에게 홈런을 맞아 역전패했다. 나는 두고두고 그 장면을 아쉬워한다. 시리즈에 나가면 이겨야 한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잘했다라는 생각은 패자의 발상이다. 프로는 1등이 돼야 한다. 4강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승부세계에 들어설 자격이 없다.”



 ▶이=“치밀한 야구지만 직관이 어느 정도 경기에 영향을 미칠 텐데.”



 ▶김=“ 오늘 이대호의 어깨가 빨리 열리면 이걸 머릿속에 넣어놓는다. 이건 데이터 아닌 직감이다. ”



 ▶이=“나는 ‘나에게 만화는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감독님께 야구는 무엇인가.”



 ▶김=“영원한 도전이다. 훈련을 많이 시키는 이유 중 하나가 선수들의 미래가 나에게 걸려 있다는 점이다. 선수는 만지기에 따라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나는 수비 연습을 위해 ‘펑고(fungo)’를 칠 때 공의 속도, 높이를 조절한다. 이 때문에 박진만이 고생했다. 박진만은 다이빙을 못했다. 그냥 포기하는 선수였다. 그래서 펑고 500개를 쳤다. (단련을 위해) 일부러 더 세게 쳤다.”



 대화가 끝난 뒤 김 감독은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김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에 입단했다 부상으로 방출돼 이곳에 온 정영일 선수를 보며 “몸이 불어 역도선수 같다. 한 달간 독하게 훈련하면 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팀을 강팀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1%의 가능성을 찾는다. 그 1%가 조직을 살릴 때가 많다. 가득염을 롯데에서 SK로 데려왔을 때 (나이 때문에) 말이 있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중요할 때 던졌다. 공 열 개 던졌을 때 하나만 구속 140㎞가 나오면 나는 그 장점을 찾아나간다.”



글=정철근 피플&섹션부장

사진=이영목 기자



◆김성근=1942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65년 한국으로 영주귀국했다. 69년 마산상고 감독을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OB베어스, 태평양돌핀스, 삼성라이온즈, 쌍방울레이더스, LG트윈스 감독을 거쳤다. 200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SK와이번스 감독을 맡아 4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켜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탁월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야구에 관한 한 비타협적인 신념을 고수해 총 13번의 해고를 당했다.



◆이현세=1956년생. 1983년 야구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발표해 한국 만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한국 만화 사상 최대 히트작으로 성인 독자까지 대본소로 끌어 모았다. 1979년 ‘시모노세키의 까치놀이’로 데뷔했으며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해 ‘국경의 갈가마귀’ ‘남벌’ ‘천국의 신화’ 등 많은 히트작을 발표했다. 현재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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