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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對 한·미·일’ 동북아 구도 中, 북한에 집착하게 만들어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 뒤 북·중 조문외교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를 어떻게 볼까. 자칭궈(賈慶國·55·사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을 만났다. 외교 분야 전문가인 자 부원장은 중국의 대미 정책과 아태 지역 정책을 연구해 왔다. 그중엔 ‘중국의 한반도 정책 관점’ 논문도 있다.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뉴욕 타임스 등 서방 언론의 인터뷰에도 자주 응한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방중했을 당시 비공개로 대화를 나눈 중국 학자 5명 중 한 명이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외교위원회 소속)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김정일 사망 후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이례적으로 총출동했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9명 모두가 생전에 김정일을 만난 적이 있다. 공식적 측면에서 중국은 북한에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중시하며 북·중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 주려 했다. 세계 각국은 조문외교를 이용해 사이의 가까움을 표시하거나 관계 전환의 계기로 삼는다. 외교는 형식이 중요시된다. 비록 남북한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그와 상관없이 제한된 조문을 허용했다. 남북 관계의 경색을 푸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서다. 반면 미·일은 말을 아꼈다. 초상집을 비난하는 것도 부적절하고, 그렇다고 찬양할 일도 아니기에 그런 것이다. 때로는 침묵 안에 비판이 담겨 있다. 조문외교는 복잡하다.”

-일각에선 중국이 조문외교를 잘 이용한 ‘승리자’라고 본다.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중국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북한이 오히려 기분 나빠 했을 것이다. 북한엔 중국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어떤 면에서 중국은 북한이 어려운 시기에 국제사회 편에 서느냐, 북한 편에 서느냐 고민한 결과다.”

-그 결과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확대 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북한의 새 지도자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해 북한이 나중에 중국에 더욱 협조적이기를 기대한 것이다. 중국 또한 이번 조문외교의 결과가 대북한 영향력의 확대로 이어지길 바란다. 중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르겠지만 많은 중국인은 김정은의 지도 아래 있는 북한이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 그리고 권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북·중 관계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지도 불확실하다. 중국은 북한 체제가 안정되고 개혁·개방 정책으로 가기를 바란다. 과거에 북한은 핵실험 강행 등으로 중국을 놀라게 한 적이 많다. 중국은 확실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북·중 관계의 불확실성을 줄여 나가고 싶은 것이다.”

-과거 비슷한 조문외교 사례가 있는가.
“중국과 친한 나라의 지도자가 재임 중에 사망한 경우는 많지 않다. 옛소련 스탈린이 사망한 1953년에 중국은 대규모 조문단을 파견했다. 69년 베트남 지도자 호찌민이 사망했을 때도 그랬다. 냉전시대에 사회주의 국가들은 서로 그렇게 했다. 당시엔 중국 정부가 상대방 국가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중국 정부가 김정일이 한 일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중국이 강조한 것은 양국 관계의 긴밀함과 미래 협력이었다.”

-G2(미국+중국)로 올라선 중국이 그토록 조문외교를 펼치면서까지 북한에 집착하는 이유는.
“좋은 질문이다. 중국은 서방 주도의 세계 주요국들로부터 아직 ‘우리 중의 하나(one of us)’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미국과 군사협력 관계에 있고 그들의 주요한 군사적 목표는 중국이다. 중국은 혼자라는 고립감을 느낀다. 마치 중국 하나가 많은 나라와 상대해야 하는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이것이 중국에 불안감을 준다. 이런 요인들이 중국을 북한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한국 역시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는 한반도 안정과 함께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은 핵심적인(pivotal) 역할을 해 왔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6자회담은 현재로선 전쟁을 통하지 않고 북핵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른 국가들은 이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한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웃음).”

-북한은 한국 정부의 조문 제한 등을 비난하며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이 정부 차원 조문은 하지 않더라도 민간 조문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북한은 거기에 실망했고, 또 그렇다고 말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들 역시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몇 년간 그랬던 것처럼 북한과 상종할 생각이 별로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새해 남북 관계를 전망하자면.
“불확실성이 있다. 다루기에 쉽지 않은(tricky) 상황이다. 북한으로선 매우 감정적인 시기이고 내부적으로 골몰할 시기다. 나는 ‘침착을 유지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들의 내부 불똥이 엉뚱하게 한국으로 튀게 할 필요가 없다.”

베이징=써니 리 객원기자 boston.sunny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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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