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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 지연이자 산정방식 바꾸니 206억이 86억으로

과거 시국사건 유족들이 낸 대규모 손해배상 판결이 잇따라 내려지고 있다. 지연이자로 배상액이 커지자 법원은 이자 산정시점을 사실심 변론 종료일로 단축해 판결하고 있다. 사진은 2010년 11월 조봉암 선생 사건의 대법원 공개변론 모습. [중앙포토]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집행으로 사망하거나 장기복역한 시국사건 희생자 및 유족들에 대한 법원의 배상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엔 간첩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의 유족에게 국가가 24억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독립운동가로 해방 후 국회의원과 농림부 장관을 지내고 진보당을 창당한 조봉암 선생은 1958년 간첩죄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으나 2, 3심에서 각각 사형이 선고됐고 59년 7월 재심 청구가 기각되면서 사형이 집행됐다.

52년이 지난 2011년 1월 대법원은 조봉암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국가변란목적 단체 결성과 간첩 혐의에 대해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조 선생의 유족은 “간첩이라는 누명을 쓴 채 사형이 집행됐으므로 위자료 등 137억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시국사건 국가배상금 최근 2년 1320억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판결을 받기까지는 복잡한 공방이 이어졌다. 쟁점이 된 것은 ‘지연손해금’. 지연손해금이란 민법상 발생하는 ‘위자료’에 대한 연체이자를 뜻한다. 민법상 법정이율은 연 5%. 유족들은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면서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국가의 잘못으로 사형집행을 당한 59년 7월 31일부터 손해배상에 따른 이자도 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국가를 대표해 소송 대응에 나선 법무부는 ‘과잉배상’이라며 유족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손해배상액을 현재 통화가치 기준으로 산정하면서 이자계산 시점을 사형집행 때부터 산정하면 막대한 금액을 국가가 물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법원은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한규현 부장판사)는 “불법행위로부터 장기간 세월이 경과돼 위자료를 산정할 때엔 덮어놓고 불법행위 시점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본다면 과잉배상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지난해 1월 13일 나온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북한에 동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61년 10월 사형당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유족들은 2011년 1월 대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액을 99억여원(항소심)에서 29억원대로 낮추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배상액이 항소심보다 3분의 1로 줄어든 까닭은 지연손해금 때문이었다.

비슷한 경우는 또 있다. 중학교 동창인 박해전씨 등 7명은 80년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담은 유인물을 충남 금산지역에 배포했다 기소됐다. 이른바 ‘아람회 사건’이다. 이 사건 관련자들은 당시 일로 각각 징역 1년6월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09년 서울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피해자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이 사건에 대해 총 206억원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은 86억원으로 배상액을 줄였다. “위자료에 이미 바뀐 국민소득 수준과 통화가치 변동이 반영돼 있으니, 지연손해금 산정은 국가의 불법행위 시점이 아니라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게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이뤄진 4건의 시국사건 감액 판결로 대법원은 불법행위 시를 기점으로 계산하던 ‘이자계산 방식’의 판례를 바꿔놓은 셈이다.

대법원이 바꾼 지연이자 산정방식은 곧바로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판례가 바뀐 뒤 불과 보름이 지나지 않아 대법원은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으로 수감됐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창일씨 등 6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도 이자를 대폭 깎았다. 당초 항소심에서 인정받은 손배해상액은 634억원.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245억원으로 낮췄다. 이자 계산일을 유죄판결이 확정된 75년 4월이 아닌 손해배상 소송 변론을 마친 2009년 11월로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자계산 시점을 바꿔 삭감된 이자는 389억원이었다. 전씨 등은 그 다음 달 대법원에 재심 재판을 청구했다. 항소심에서 이긴 뒤 가집행 형식으로 받은 180여억원을 국가에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에 배상을 받은 시국사건 피해자들과 비교해서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데다 대법원이 이자 기준을 바꾸는 것은 판례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판결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냈다. “대법원의 이례적인 판결로 헌법상 행복추구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국가배상 청구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통상 대법원이 하급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할 땐 하급 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정상인데, 대법원이 직접 선고해 아람회 피해자들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었다.
 
재심 앞둔 국가배상 재판 상당수
현행 형사보상법에 따르면 구속 재판을 받다 무죄가 확정되면 구금일수만큼 보상을 받도록 돼 있다.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조봉암 선생의 유족들에게도 형사보상금이 지급됐다. 조봉암 선생의 유족들에게 돌아간 형사보상금은 1억2700만원. 미결구금 1일 보상액 17만2800원에 565일의 구금일수를 곱하고, 사형집행 보상액의 최대 액수인 300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국가를 상대로 별도 손해배상 소송을 내 배상을 받게 되면 형사보상금을 고스란히 국가에 반환해야 하도록 돼 있다. 형사보상금을 받고도 유족들이 민사소송에 나서는 것은 유족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가 원상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시국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가 내려지면서 피해자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일련의 민사소송에서 국가가 지급해야 할 배상금 규모도 크게 불어나고 있다. 최근 2년간 시국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액이 12월 31일 현재 13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도 무죄가 유력한 시국관련 사건 재심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국가배상액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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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