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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잘못된 판결 사죄한다는 재심 판사 말에 恨 풀려”

12월 30일 서울 양재동의 한 커피숍.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동료 8명의 가족(33명)과 함께 150억원의 국가배상 판결을 받아낸 박정석(68·사진)씨를 만났다. 박씨가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된 것은 1982년 11월에 있었던 ‘오송회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39세이던 박씨는 군산제일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군사정권에 반발해 뜻있는 교사들과 학교 뒷산에서 4·19 기념식을 하고 5·18 위령제를 지냈다. 당시 시국을 논하는 모임은 금지돼 있었다.

사건은 우연한 곳에서 시작됐다. 당시 금서였던 월북시인 오장환의 시집과 김지하의 시집 『불귀(不歸)』 복사본을 대학에 다니고 있던 한 제자에게 빌려줬는데 제자가 버스에 시집을 두고 게 데서 발단이 됐다.

시집을 발견한 버스 운전사는 경찰에 신고했고, 그 일로 수사가 시작돼 박 교사 등 일행은 체포됐다.
전주 대공분실에 끌려간 그에게 고문이 이어졌다. 12일간 잠을 재우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은 옆방에서 물고문, 전기고문을 당하고 있는 동료 교사들의 신음소리였다. 그는 “고문의 고통과 공포보다 옆방 동료를 죽게 내버려둘 거냐는 말이 더욱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무너졌다. 고문관이 만들어낸 ‘오송회(五松會)’란 단체 이름도, 폭력혁명을 선동했다는 것도 모두 거짓이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모두 9명. 그는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4년10개월을 복역하다 정치범 석방으로 풀려났다.
그 사이 집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교사였던 아내는 이웃에서 아이들의 내복을 얻어다 입힐 정도로 궁핍에 시달렸다.
“남편이 빨갱이니 당신도 사표를 내라는 압력을 받았지만 아내는 아이들을 위해 수모를 참아냈다”고 박씨는 전했다.

국가에 대한 원망과 그의 상처가 처음으로 보듬어진 것은 2008년 11월이었다. 당시 광주고법에서 진행된 재심에서 이한주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하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 박씨는 “‘법관으로서 선배들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을 진심으로 사죄한다. 앞으로는 법을 통해 정의실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의 응어리가 풀렸다”고 했다.

박씨는 배상금을 다른 시국사건 피해자들과 함께 ‘지금 여기에’란 단체를 후원하는 데 쓸 예정이다. 미처 해결되지 못한 시국사건 피해자들의 진상규명을 위해 자비를 들여 조사하는 과거사위 출신 조사관들을 돕는 일이다.

그는 “우리처럼 무죄를 선고받고 보상을 받은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을 돕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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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