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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 어떤 장수 내보낼지 고민하듯 클럽 선택하라

동반 플레이어는 적이 아니라 연합군이다. 최경주(왼쪽)와 타이거 우즈가 2010년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를 끝내고 손을 맞잡고 있다. [중앙포토]
골프와 전쟁, 둘 다 들에서 싸우는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전쟁과 전투가 있다고 했다. 골프로 치면 한 라운드가 전쟁, 한 홀이 전투가 된다. 전투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전쟁에서는 이겨야 한다는 게 병법의 가르침이다. 골프도 한 홀에 망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하면 다음 홀에서 계속 지고 라운드에서도 패배하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작은 전투에서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러나 긴 안목에서 보면 작은 실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실수는 깔끔하게 잊어버려야 한다. 새 홀에서는 새 안목으로 임해야 한다.

골프가 전쟁이라면 적은 누구인가. 나와 함께 경기하는 동반자일까. 동반자는 라운드 상대이기도 하지만 나와 함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적으로 보지 말고 일종의 연합군으로 봐야 한다. 동반자를 보호하고 배려해야 한다.

진짜 적은 코스다. 골프는 멀리 있는 홀까지 가야 한다. 코스는, 코스 설계자는 나를 그곳에 못 가게, 혹은 늦게 가게 만들려고 방해한다. 벙커는 지뢰이고, 해저드는 위험지역이고 OB는 낭떠러지다.

전투에서는 내가 이길 수 있는지를 계산해 본다. 승산(勝算)이라고 한다. 손자병법 첫 구절에 나오는 얘기다. 이길 확률이 많으면 다산(多算)이라고 한다. 골프에서는 익숙한 코스에 연습도 충분히 했고 동반자들이 위협적이지 않다면 다산이라고 할 수 있다. 승산이 50% 미만이면 소산(少算), 아무리 계산해도 승산이 없으면 무산(無算)이라고 한다.

다산일 때는 일단 싸운다. 소산일 때는 싸울지 말지 고민해야 한다. 무산이면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건 아니다. 내가 왜 승산이 없는지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맞다. 연습이 부족하다면 연습을 더 하고 코스를 공부해 소산, 다산으로 올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무산의 상황이었다. 아군의 배는 13척이고 왜군 배는 133척이었다. 충무공은 울돌목이라는 좁은 공간에 학의 진을 쳐 놓고 적을 한 척씩 들어오게 만들었다. 전세가 13대 133에서 13대 1로 변했고 승리할 수 있었다. 무산에서 승산으로 올리려면 긍정적 사고가 필요하다. 가진 것이 없더라도 노력하고 머리를 잘 쓰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손자병법엔 승산의 5계명 격인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이 있다. 대의명분이 있는가, 기상 조건과 지형 조건은 어떤가 등이다. 골프에서도 이를 원용해 승산 5계명을 만들 수 있다.

道는 집단이 같은 꿈을 꾸고 있는가로 해석할 수 있다. 전쟁에 나간 군인들은 죽어도 살아도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골프에서는 마음·몸·골프클럽·공, 이 네 가지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마음은 버디를 생각하는데 몸이 안 따라가고 골프 클럽은 피팅이 안 돼 있다면 공은 OB가 난다. 이를 맞추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天은 기상 조건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다. 밝은지 어두운지 바람이 부는지 아닌지. 오늘 같은 환경에 어떻게 플레이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라.

地는 지형 분석이다. 벙커가 어디 있는지 해저드가 어딘지, 지형을 정확히 분석하고 냉철히 판단을 내려야 한다.
將은 전투의 장수다. 골프에서는 골프채로 해석할 수 있다. 전투에서는 상황에 가장 적합한 장군을 내보낸다. 조자룡을 내보낼지 관우를 내보낼지가 매우 중요하다. 골프에서는 아이언을 쓸 것인가 우드를 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장군은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의 덕목이 필요하다. 智將은 가장 능력 있는 장군이다. 골프채로 따지면 드라이버다. 信은 신뢰할 만한 클럽이다. 내 경우는 7번 아이언이다. 가장 안전하게 치려고 할 때 7번을 친다. 仁은 힘들고 어려울 때 나를 구해 주는 클럽이다. 내가 보기엔 샌드웨지다. 벙커에 빠졌을 때 나를 구해 줄 것이다. 勇將은 우드다. 3번 우드처럼 200야드 이상 멀리 쳐야 할 때 필요한 클럽이다. 嚴은 가장 엄격한 순간에 필요한 것, 바로 퍼터다.
法은 지원이다. 날씨에 맞는 옷은 준비돼 있는가. 내기에 필요한 돈은 있는가. 골프채는 잘 피팅되어 있는가 등이다.

위에서 골프 클럽에 비유한 지신인용엄을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다. 명장군의 덕목인데 승리하는 골퍼의 다섯 가지 조건으로 치환이 가능하다.
智는 실력이다. 진짜 실력은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다. 산전, 수전 등 모든 현장을 겪어본 장수가 뛰어난 장군이다. 필드에서도 여러 곤란한 상황을 겪어보고 긍정의 힘으로 반등할 수 있는 사람이 뛰어난 골퍼가 된다.

信은 소신이다. 특히 상생이라는 소신을 가져야 위대한 장군이다. 손자병법에서 강조한 것은 백전백승이 아니라 백전불태(百戰不殆)였다. 여러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것이다. 주위 사람 모두 피 흘리고 있는데 혼자 이기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동반자의 가슴에 피멍 들게 하고 이긴 건 결코 승리가 아니다.

仁은 인격이다. 따뜻한 휴머니즘을 가져야 한다. 병사를 먼저 입히고 마음을 얻어내는 장군이 승리한다. 일부 골퍼는 캐디를 막 대한다. 나를 위해 공을 닦아주고 전략을 세워줄 참모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손자병법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이 나온다. 입술 때문에 이가 따뜻한 것처럼, 나 혼자 잘나서 싱글을 하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도움을 명심해아 한다. 캐디와 굿샷을 외쳐준 동반자들에게 “당신이 없으면 내 인생이 춥습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다.

勇은 용기다. “날씨나 병사가 아니라 내 탓”이라고 할 수 있는 장군은 용장이다. 골프에서도 바람 탓, 캐디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해야 한다. 그 용기가 있어야 다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嚴은 엄격함이다. 아끼는 병사라도 원칙에 어긋나면 목을 벨 수 있어야 한다. 골퍼는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 숲으로 캘러웨이 볼이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타이틀리스트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남들이 듣지 않는 곳에서 더 조심하고 삼가라. 남이 보지 못하는 곳에 홀로 있게 되는 상황이 많은 골프는 신독(愼獨)의 자세를 알려준다. 

정리=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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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