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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운명, 이번 달 결판난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주식중개인 모습. 2011년 증시 납회를 앞두고 ‘2012 안경’을 쓴 채 환하게 웃음 지으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뉴욕 UPI=연합뉴스]
1월 1일은 유로화가 통용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2002년 EU 12개국으로 출범한 유로존은 17개국(총인구 3억3200만 명)으로 늘었다. 파운드를 고집하는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요국이 다 들어가 있다. 유로화는 세계 외환시장 거래금액의 20%를 차지해 미 달러화에 이어 제2위 국제 준비통화가 됐다. 하지만 EU의 극심한 재정위기로 ‘유로 붕괴설’까지 나오는 등 유로존의 앞날은 밝지 않다. ‘유로존은 중병에 걸려 열 살 생일잔치를 하기 힘든 소년’이라고 독일 언론인인 도로테아 짐스가 최근 독일 일간지 디 벨트의 기고문에서 비유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금융시장의 눈길은 새해 초부터 국제신용평가사들에 쏠리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3대 신용평가사는 최근 프랑스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잇따라 내리거나 그럴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S&P가 이달 중 최고 등급인 프랑스를 비롯해 유로존 회원국들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무디스도 올 1분기 EU 27개국의 신용등급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피치는 지난주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로존 6개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염두에 두고 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 신용평가사가 EU 국가의 등급을 무더기로 내리면 새해 국제 금융시장은 격동의 쓰나미에 휘말릴 것이다. 장피에르 주예 금융시장청(AMF) 의장은 “프랑스가 현재 등급을 유지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트리플A 등급이 강등된다면 시련이겠지만 침착하게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EU 회원국의 국채 만기가 집중되는 것도 큰 걱정이다. 다음 달부터 4월까지 남유럽 국가들이 발행한 국채 만기가 몰려 있다. 특히 EU 재정위기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이탈리아는 2월 630억 유로(약 94조원), 3월 516억 유로, 4월 464억 유로의 국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달 중 어떤 형태로든 EU 차원의 긴급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말 이탈리아가 장·단기 국채 발행에 성공해 당장의 위기는 모면했다. 12월 29일 발행한 70억 유로의 국채는 이전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했다. 판매 규모는 당초 목표치 85억 유로에 못 미쳤지만, 10년 만기 국채는 6.98%로 11월의 발행금리 7.56% 보다 낮았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자금을 역내 은행에 공급한 뒤 이뤄진 첫 유로국 채권 발행이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12월 29일 송년 기자회견에서 “국채 매각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고무적이었지만 금융위기가 종결 국면에 진입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공감대에서 EU 지도자들은 연초부터 잰걸음을 보일 태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긴급히 만난다. 유로존 양대국 정상이 역내 재정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12일 기준금리를 공시할 계획이다. ECB는 최근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내려 유로존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를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분기에 ECB가 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더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유동성 압박에 몰린 유로존 내 은행들의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인다. 16일엔 EU·ECB·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 금융계 트로이카 실사단이 그리스에서 1300억 유로의 2차 구제금융 지원조건을 놓고 세부협상에 나선다. EU 재무장관들도 23~24일 잇따라 회의를 열어 30일로 예정된 EU 특별정상회의를 위한 의견 조율에 나선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특히 EU가 유로본드(유로존 공동채권) 도입을 위해 이달 중 독일을 설득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12월 30일 보도했다. 발등의 급한 불을 끄려면 유로본드 같은 단기처방이 시급해서다. 유로본드를 발행하면 이탈리아·스페인 등 재정위기 국가들이 좀 더 낮은 금리에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건물 앞에서 있는 유로화 조각상. [프랑크푸르트 AFP=연합뉴스]
미국 경기는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조금씩 여유를 찾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지난해 11월 52.7로 전달의 50.8에서 올랐다. 전문가 예상치 51.5를 웃돌았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연초 나올 12월 지수도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도 지난해 11월 잠정 주택매매 지수(2001년=100)가 전달보다 7.3%나 상승한 100.1이라고 밝혔다. 10월에도 전달 대비 10.4%나 올랐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경기 회복을 시기상조로 보기도 한다. 미국 경제가 아직은 바닥을 다지는 가운데 연말 쇼핑 시즌 영향으로 지표가 단기 상승한 정도라는 해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애런 스미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사상 최저 수준인 주택담보대출 금리 덕분에 주택매입 수요가 늘고 있다. 본격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지난주 내내 눈치보기 장세를 보였고, 휴가 시즌까지 겹쳐 큰 뉴스가 없었다. 12월 30일 미국 다우존스가 전날보다 0.57% 내린 1만2217.5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럽 증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 30 지수가 0.85% 상승한 5898.35, 영국 런던 FTSE 100 지수가 0.1% 오른 5572.28로 한 해의 장을 마감했다. 지난 한 해 프랑크푸르트 증시는 14.7%, 런던 증시는 5.5% 주저앉았다. 유로퍼스트 300 지수는 11%, MSCI 신흥시장 지수는 20%, 일본 닛케이 지수는 17.3%, 중국 상하이 지수는 22%, 홍콩 항셍 지수는 20%가 빠졌다. 미국 S&P 500 지수가 널뛰기 장세를 거쳐 연초 대비 0.04포인트 내린 보합세로 장을 마친 것이 선방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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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