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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경영에는 보듬고 귀기울이는 여성적 리더십이 제격

Q.어떻게 가치경영에 착안하게 됐나요? 가치경영을 하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요구되는 리더십 스타일은 어떤 겁니까? 가치경영을 펼칠 때 CEO의 역할은 뭔가요? 중소기업도 가치경영 덕을 많이 볼 수 있나요?

A.1995년 최고재무책임자(CFO) 채용 면접을 보려고 독일 BMW 본사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예순이 다 돼 가는 거기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직급은 그리 높지 않지만 머리가 허연 이들 중에 몇 분이 “우리 인생이 곧 BMW의 역사고 BMW는 우리 인생 그 자체”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가슴이 찡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직의 핵심 가치를 구성원이 공감하고 함께 실천해 가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지요.

가치경영에는 수평적 리더십이 적합합니다. 그 대척점에 있는 것이 수직적 리더십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목표 중심적 리더십, 결과 지상주의, 카리스마 같은 것이죠. 가치경영을 하려면 CEO가 과정을 중시하고 소통에 능해야 합니다. 공존과 화합·상생 마인드가 몸에 배고 균형감이 있어야 합니다. 수평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건 세상이 수평적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 생산업체도 유통업체도 절대 우위에 있지 않습니다. 반면 과거 저 밑에 있던 고객은 힘이 아주 세졌습니다. 이런 사회구조에서는 힘의 논리보다 균형감각이 필요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여성적 리더십이 잘 맞는다고도 할 수 있어요.

가치경영의 리더십은 또 창조적인 자세, 윤리와 투명성, 언약적 관계(covenant relationship)에 대한 지향, 영적(靈的) 가치의 추구, 사회적 책임 등을 구성 요소로 합니다. 글로벌 리더의 덕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이죠. 가치경영의 리더는 우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리더는 매니저와 다릅니다. 매니저는 능력을 갖추고 열심히 일해 예측되는 결과를 도출하는 사람입니다. 반면 리더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사람이죠. 리더의 눈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향해 있습니다.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고 그때까지 일어날 변화를 가늠해 본 뒤 그에 대응하는 사람입니다. 조직의 틀을 바꾼다든지 내부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을 바꿔놓는 것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윤홍근 BBQ 회장은 ‘치킨 대학’을 만들어 임직원과 가맹점주들을 ‘닭 박사’로 만들었습니다. 일반 닭요리 체인과 마찬가지로 닭이라는 평범한 재료를 쓰지만 차별화된 유통구조를 창출했어요.

가치경영의 리더는 윤리적입니다. 이때 윤리란 공사를 구분하고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례로 회사 돈을 쓸 때 개인적 이득이 발생한다면 개인 돈을 쓰는 것이 바로 윤리입니다.

언약적 관계는 계약적 관계와 대립하는 개념입니다. CEO가 구성원에게 연봉 5000만원을 주면서 그만큼 뽑아야겠다고 생각하면 당사자도 5000만원어치만큼만 일하려고 합니다. 이게 계약적 관계죠. 언약적 관계는 이런 관계를 넘어서 CEO와 구성원이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함께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관계를 말합니다. 언약적 관계의 조직은 계약적 관계의 조직을 능가합니다.

영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건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1 대 99의 사회를 기정사실화하더라도 1%가 자신들이 창출하는 가치의 상당 부분을 이 사회와 공유하려고 애쓴다면 영적인 가치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이처럼 사회와 가치를 공유하고 사회가 기업의 그런 노력을 인정한다면 사람들은 기업이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할 겁니다. 공유 가치의 창출(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개념은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했지만 저 역시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10년째 나름대로 가치경영을 해왔습니다.

영적 가치란 특정 기업의 울타리를 벗어나 이해 관계자들과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으로, 자본주의4.0과도 통하는 개념입니다. 기업은 사회 환원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뿐더러 고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의 증대에 기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조직과 사회가 번영합니다. 사회적 책임은 CEO가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치경영은 사실 CEO에 달렸습니다. CEO는 구성원들이 동일한 가치 체계를 내면화하고 그에 따라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이 과정을 수백 번이라도 반복해야 합니다. CEO는 또 고객과 직접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면 안 됩니다. CEO야말로 시장과 고객에게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가장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저는 2000년 CEO가 되고 나서 6개월간 토요일마다 평상복 차림으로 전시장과 정비공장을 방문해 약 350명의 고객과 만났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죠. 한번은 마케팅을 전공한 여교수 한 분이 “브랜드는 좋은데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저에게 항의 전화를 해 왔습니다. 직접 만나 조찬을 하면서 두 시간 동안 불만을 들었습니다. 좀 누그러진 것 같기에 해당 딜러의 직원들에게 같은 내용의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했지요. 200명쯤 되는 직원들은 신랄한 지적을 들으면서 부끄러워했습니다. 고객 한 사람은 우리에겐 1만분의 1 정도 될지 모르지만 그 고객에게는 우리의 서비스가 전부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과정이었죠.

가치경영은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필요할지 모릅니다. 대기업은 경영 관행이나 틀이 잡혀 있지만 중소기업은 창업자나 CEO 한 사람에게 거의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 규모를 키우려면 기업 가치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독일 경제를 추동하는 힘은 중소기업입니다. 단일 품목만 만들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중소기업이 독일에 650개 이상 됩니다.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s)’이란 말로 유명해졌지요. 기술력은 탄탄한데 해외시장의 문을 아직 두드리지 못한 우리 중소기업들도 힘을 모아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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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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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