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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창세기 9월 14일 지구 탄생 12월 31일 22시30분 인간 출현

호주의 맥과이어대 역사학과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는 올해 ‘큰 역사(Big History)’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인류 역사보다 더 큰 틀인 우주의 역사를 편찬하려는 것이다. 우주는 ‘빅뱅(big bang)’으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언제 이 우주에 첫 번째 별이 나타났는지, 생명체는 또 언제 나타났는지 같은 것을 역사적 관점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인데 공감이 간다.

피타고라스·플라톤 같은 희랍(그리스)의 학자들은 우주의 과학적 근거를 일찍부터 생각했다. 이 세상에는 면이 꼭 같은 모양인 입체가 다섯 있다. ‘플라톤의 고체’다. ▶피라미드처럼 삼각형을 면으로 하는 4면체 ▶정사각형으로 된 정육면체 ▶정삼각형으로 된 정8면체 ▶정오각형인 12면체 ▶삼각형인 20면체 모두 다섯이다. 같은 면들로 만들어진 다면체는 수학적으로 더 이상 없다고 알려져 있다. 희랍인들은 이들 다섯 개 고체에 해당하는 물, 불, 흙, 바람 그리고 제5의 원소로 세상 만물이 이뤄져 있다고 봤다.

근대과학은 물론 다르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돼 있고, 원자는 원자핵과 그 외곽을 도는 전자로 돼 있으며,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다고 본다. 현대과학은 원자핵 내부를 볼 수 있는 가속기를 써서 중성자와 양성자, 그 속에 들어 있는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이런 기본 물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현대물리학의 추론은 우주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빅뱅 순간 우주는 티끌보다 작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뜨거운 불씨였다. 원자핵보다 작은 이 불씨는 10의 -36승 초 만에 10의 42승 도로 되고 그 후 식어간다. 그 이전의 시간에는 공간 자체가 없어 아무런 계산도 할 수 없다. 10의 -11승 초가 되면 불덩어리는 수박 크기만 해지며 3,000,000,000,000,000도로 식는다. 이때 물질의 기본요소인 쿼크가 나타났다.

이 쿼크가 원자핵을 이루는 데는 약 3분, 수소원자를 만드는 데는 약 30만 년 걸린다. 이때 원시 양성자와 전자에 갇혀 있던 특 3000도의 복사광이 나타난다. ‘창세기’의 빛이다. 우주가 더 팽창하고 식으면서 이 빛은 사라지고 10억 년가량 암흑시대가 전개된다. 이후 우주에 퍼져 있는 수소들이 뭉쳐 별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원시 별들의 밝은 빛들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우주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우주는 나이 80억 년이 되면서 갑자기 팽창 속도가 다시 빨라진다. 이를 발견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펄머터, 존스 홉킨스대 리스 박사와 호주 국립대의 슈밋 박사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무렵 우리 태양계와 지구가 탄생하고 원시 생명체도 생겨난다. 팽창 속도가 커질 무렵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게 우연인지 아닌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다만 짐작할 뿐이다.

이야기는 핵 융합반응에서 시작된다. 우주에 처음 생긴 별은 거대한 수소 뭉치였다. 이 덩어리가 스스로의 만유인력에 의해 응축되고 중심에 압력을 가한다. 중심부 수소 원자들 사이의 공간이 축소되고 결국 원자 사이의 빈 공간이 없어지게 된다. 그래도 압력이 계속되면서 ‘수소 원자들이 견디지 못해 부서지고’→‘원자핵들이 겹쳐 속에 있는 양성자끼리 충돌하며’→‘양성자가 주위 전자와 결합해 중성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연속된다. 즉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때 나오는 에너지는 압력에 대항해 별을 안정시키는 힘이 된다.

그러다 수소가 탕진되면 핵융합 과정에서 형성돼 별 내부에 쌓여 있던 헬륨을 태우고 리슘을 생성한다. 이 역시 핵융합 반응인데 그 과정에서 더 무거운 원소들이 계속 만들어진다. 탄소에서 마지막으로 철에 이르기까지 많은 원소가 탄생한다. 새로 만들어진 원소들도 차례차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끝없는 반복이다. 그런데 철은 핵융합 반응을 더 못 일으킨다. 핵융합 반응은 여기까지다. 이때부터 다른 과정이 시작된다.

거대한 별의 무게가 중심부를 향해 누르는데 이 압력을 ‘핵융합으로 생산된 에너지’로 대항하지 못하면 별은 폭발한다. 이 폭발하는 별, 즉 초신성이 온갖 원소를 우주 공간에 뿌린다. 그래서 빅뱅 이후 80~90억 년은 흘러야 이 무렵 생겨난 태양계의 지구라는 행성에서 탄소와 산소를 기본으로 하는 생명체가 시작됐으리라고 추리하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우주의 변화를 1년으로 압축해 우주의 달력을 만들어 기념될 만한 날을 보면 다음과 같다.
창세기=1월 1일, 은하의 탄생=5월 1일(노동절), 지구의 탄생=9월 14일(신학기), 생명체의 출현=10월 9일(한글날), 쥐라기 시대=12월 25일(크리스마스), 최초의 인간=12월 31일 밤 10시30분00초, 농업=밤 11시59분35초, 로마제국=밤 11시59분57초, 문예부흥=밤 11시59분59초.
이렇게 우주의 역사를 보면 인류문명사는 겨우 마지막 1초다. 그런 짧은 시간에 해당하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서로 헐뜯고 끊임없는 전쟁을 하는 현실이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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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