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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바이러스의 위협

여러 과학자들은 만일 인류가 지구상에서 멸종된다면 그것은 핵전쟁이나 소행성 충돌 때문이 아니라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계절성 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25만∼5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십 년에 한 번씩 창궐하는 유행성 독감으로 인류는 엄청난 고통을 받아 왔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최대 1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세계 인구의 약 5%에 해당한다. 그뿐 아니다. 1890년 발생해 처음으로 역사에 기록된 러시아의 독감은 100여만 명을, 1968년의 홍콩 독감은 2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요즘엔 사업이나 관광·취업을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져 어느 곳에서 치명적인 유행성 독감이 발생할 경우 피해 규모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항공기·선박 등 각종 교통수단의 발달도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통제불능 수준으로 만드는 요소다.

그래서 2009년 돼지 독감 바이러스로 알려진 H1N1 바이러스가 퍼질 당시에 모두들 바짝 긴장했다. 당시 엄청난 속도로 퍼지던 독감이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재판(再版)이 되는 게 아닌가 우려한 것이다. 다행히 H1N1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일반 계절성 독감보다 낮아 감염자 숫자에 비해 사망자는 많지 않았다.

전염이 빠른 H1N1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조류 독감 바이러스로 알려진 H5N1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엔 전염이 되지 않는다. 조류 등의 동물을 통해서만 전염되기 때문에 빠르게 퍼져나가지 않는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이런 H5N1 바이러스가 변종을 일으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전염돼 엄청난 인명을 뺏은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는지에 대한 연구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대의 요시히로 가와오카 교수팀과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료센터의 포치어 박사팀은 포유동물인 흰족제비에서 같은 종(種)끼리 공기를 통해 쉽게 전염되는 H5N1 변종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예상했던 대로 이 변종 바이러스는 일반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처럼 빠르고 쉽게 전염되면서 높은 치사율을 나타냈다. 어떻게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같은 종 안에서 쉽게 전염되는지 밝힐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각각 네이처지와 사이언스지에 투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가 공개돼 H5N1 변종 바이러스의 특성과 제조방법이 일반에 알려질 경우 테러리스트들이 이것을 악용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논문 발표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미국 국립 과학자문위원회는 이 연구 결과의 출판 허용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뿐만 아니라 2002∼2003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바이러스의 전염 사태 때와 같이 연구원들을 통해 변종 바이러스가 실험실 밖으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당시 중국·대만·싱가포르 등지에서 연구원의 부주의로 몇몇 연구원이 실험 도중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인류를 위협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인명 손실을 초래하는 전염병에 관한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나위 없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이런 전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대처 방안을 미리 마련하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편도훈 경북대 미생물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바이러스학과 종양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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