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두 칸짜리 방, 쪽방 소녀 지민이의 꿈입니다

부산의 한 노래연습장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상진(68·가명)씨와 지민(10)양. [송봉근 기자]
부산 바닷가 유흥가의 한 노래방. 밤 12시가 넘도록 계속되는 노랫소리에 지민이는 잠을 못 이룬다. 꼬질꼬질한 베개에 얼굴을 파묻어보지만 노랫소리는 지민이 귓속을 파고든다. 지민이는 “아저씨들이 늦게까지 노래해서 잠이 안 온다”며 뒤척였다. 지민양의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얼른 자라”고 말하고 쪽방 문을 닫았다. 박지민(10·가명)양은 밝고 따뜻한 집에서 살아본 적이 한번도 없다. 일곱 살 때까지는 모텔에서 자랐고 최근 3년간은 노래방 카운터 뒤 쪽방이 지민양의 보금자리다. 두 명이 눕기엔 빠듯해 박양의 아버지 박상진(68·가명)씨는 노래방 소파에서 자는 경우도 많다.



부산 노래방에서 생활 3년째
암 투병 아빠는 일도 못나가
횟집·수퍼 … 이웃 아줌마가 엄마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데 … ”

 얼핏 보면 할아버지와 딸처럼 보이는 부녀지간. 10년 전 모텔을 운영하던 박씨는 옆 모텔에서 할머니가 안고 온 지민양을 처음 만났다. 장기 투숙하던 미혼모가 두고 간 아이라고 했다. 박씨는 “예순이 다 된 나이라 고민했지만 밤새 아이가 눈에 밟혀 키우기로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엄마가 없는 지민이는 이웃사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횟집 아줌마, 수퍼 아줌마, 노래방 할머니가 모두 지민이에게는 엄마였다. 지민이는 “엄마가 열 명도 넘어요. 배고플 때는 밥도 주고 목욕도 같이 가요”라며 웃었다. 박씨는 “지민이가 한 번씩 ‘우리는 왜 엄마 사진도 없냐’고 물을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그는 “지민이는 엄마가 자신을 낳다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다”며 “남부럽지 않게 키워주고 싶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씨는 2009년 지인의 보증을 잘못 서 모텔을 잃었다. 이후 알고 지내던 노래방 주인 할머니가 방과 식사를 제공해 노래방 생활을 시작했다. 먹고사는 건 해결됐지만 박씨는 지민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 그는 “지민이가 공부할 여건이 안 돼 늘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쪼개 학원도 보내왔지만 노래방이라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더군다나 7월엔 박씨가 전립선암 판정으로 수술까지 받아 일도 할 수 없게 됐다.



 다행히 지민이네의 딱한 사연을 알게 된 의료복지사가 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에 도움을 요청했다. 굿네이버스 측은 지민이네의 거처 마련을 위해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동물 사육사가 되고 싶다는 지민이는 오늘도 “친구들처럼 두 칸짜리 방에서 따뜻하게 잠을 자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며 잠이 든다.



글=정원엽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지민이와 같이 빈곤으로 고통받는 국내 빈곤 아동을 도우려면 굿네이버스로 문의하면 된다.

전화 (국번 없이) 1599-0300, 홈페이지 www.gni.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