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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도둑놈도 하지 않는 행동들

양선희
논설위원
세월이 흐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나 이를 허허로이 흘려보내지 않는 것은 사람의 지혜다. 무심한 날들에 시작과 끝을 두는 것이 그러하다. 시작이 있어 새로이 결심을 하고, 끝이 있어 흔들리고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반성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세상은 발전하고, 사람은 새로워진다. 다사다난했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이 통렬했던 이 한 해를 하루 남기고 올 ‘시시각각’의 문을 닫는 차례를 맞으니 수많은 반성거리가 밀려들어 그중 하나를 건져내기 힘들 지경이다. 그래서 함께 생각하고픈 이야기로 올해를 마무리하려 한다.



 공자(孔子)가 소정묘(少正卯)를 처형한 이야기다. 소정묘는 학술로 사람들을 현혹해 수많은 제자를 거느렸던 노(魯)나라 사람이다. 공자는 사법장관인 대사구(大司寇)일 때 그를 처형했다. 그리고 후유증을 걱정하는 자공(子貢)에게 이렇게 말한다.



 “도둑놈도 하지 않을 사악한 행동엔 다섯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만사에 통달하고도 흉험한 짓만 하는 것이요, 둘째는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것이며, 셋째는 말이 거짓되고 교활한 것이며, 넷째는 괴이한 일을 잡다하게 많이 알고 있는 것이며, 다섯째는 틀린 것을 교묘히 옳은 것으로 꾸며대는 것이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자는 군자가 처단해야 하는데 소정묘는 이를 모두 행하는 소인배의 영웅이니 처단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는 지식을 교묘히 구부려 세상을 혼란시키는 것이야말로 도둑질보다 나쁘다고 설파한다. 올해 괴담과 음모론의 한 해를 보내며 지금이 ‘소정묘의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모략과 음모론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 지난해엔 넷논객 미네르바와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가 그랬다. 하지만 익명으로 의혹과 조각난 증거를 대며 모함했던 이들의 실체가 밝혀졌을 땐 실망스러웠다. 그저 그런 소인배는 사회분열까지 초래하진 못한다.



 반면 올핸 모두 벌건 대낮에 얼굴을 드러내고 모략과 음모론을 퍼뜨렸다. 유명인사, 지식산업 종사자, 국회의원까지 사사건건 의혹과 음모론을 제기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정보와 지식을 가진 이들이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괴이하고 잡다한 정보들을 교묘하게 거두절미한 파편들을 증거로 들이댄다. 근거가 부족하면 ‘정치풍자’라 눙치고, 대통령을 욕하곤 비판과 패러디라며 웃어넘긴다. 둘러대고 꾸며대는 솜씨의 현란함이 이를 데 없이 세련되기도 했다.



 한데 풍자인지 선동인지는 대중 반응으로 판가름 난다. 풍자는 웃어버리면 그만이다. 진실로 믿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최근 풍자와 비판을 빙자한 괴담과 음모론은 대중에게 진실이라는 믿음을 부여하고 사회분열을 조장한다. 한 예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나는 꼼수다’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이를 믿는다는 응답이 40%나 됐다. 거두절미된 한 장면만 폭로하는 위키리크스 정보도 한 포털사이트 조사 결과 응답자 60% 이상이 진실이라고 답했다.



 이쯤 되면 단순히 웃고 말 일은 아니다. 진짜 지식과 정보란 문제제기와 함께 검증을 거쳐 진실임이 확인된 것을 이른다. 의혹과 단편적 정보로는 진실을 확인할 수 없고, 따라서 이는 지식도 정보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것이 옳은 것인 양 퍼진다. ‘소정묘의 현혹’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다.



 공자는 소인배 자체는 위험하지 않지만 사람들을 선동할 능력이 있는 소인배는 나라를 어지럽히고 백성을 죽일 수 있으니 처단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명(明)대의 문학가 풍몽룡(馮夢龍)은 “자기 악행을 기발하게 미화할 줄 아는 사악한 인물은 오직 성인만이 정확히 알아보고 과감하게 처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공자가 없는 지금 우린 그저 휘둘려야만 하나. 게다가 내년은 총선·대선에 북한 승계작업 등 그야말로 올해보다 더 ‘말이 창궐하는 해’가 될 거다. 공자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 결국 이 시대 주인인 국민이 공자의 밝은 눈을 가지는 것만이 방법이다. ‘도둑놈도 하지 않을 다섯 가지 행동’을 기억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 소위 지식인들을 경계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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