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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LIFE] 힐링은 손 잡아 주는 것 … 상처 준 그에게도 축복 건네세요

이른바 ‘힐링’ 권하는 사회다. 힐링센터, 힐링뮤지컬, 힐링요가, 힐링리조트, 힐링캠프…. ‘치유’를 뜻하는 ‘힐링’이 갖가지 조어를 만들어내며 유행어로 떠올랐다. 그만큼 상처 입고 아픈 사람이 많기 때문일 터다. 세밑 정목(正牧·51) 스님과 혜민(慧敏·38) 스님을 함께 만나 ‘힐링’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다. 정목 스님은 유나방송과 불교방송에서 명상과 마음공부를 전하고 있는 국내 대표 비구니 스님이요, 미국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인 혜민 스님은 트위터(@haeminsunim)로 8만 명이 넘는 팔로어들과 소통하는 ‘트위터 명사’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부암동 유나방송 사옥에서 정목스님(왼쪽)과 혜민 스님이 만났다. 이들의 대화는 ‘힐링’ 대화법의 전형을 보여 주는 듯했다. 상대의 말이 끝나면 “맞아요” “정말 그래요”로 받은 뒤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감’에는 옆에 있는 사람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정목 스님(이하 정)=힐링은 ‘아름다움’이다. 힐링은 하나가 되는 것이고,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상이 겉으로는 종교나 이념·인종 등에 따라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의식의 깊은 심연에서는 상호의존적이면서 하나다. 낱낱에 분리돼 있던 개개인이 하나로 결합하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 본성은 알고 있다.

 혜민 스님(이하 혜)=그렇다. 그렇게 하나가 돼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게 바로 힐링이다.

 정=사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 특히 여성들 중에는 생살을 찢는 고통 끝에 얻은 자식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다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감정에 대한 집착도 상처를 키운다. 슬픔이나 화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세상살이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붓다도 겪고, 예수도 겪었다. 어떤 상황을 좁쌀 바라보듯 하지 말고 산처럼, 우주처럼 생각하라. 먼지에 불과한 상황일 수 있다.

 혜=외로운 사람들이 ‘힐링’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미국에서도 외로운 사람들이 ‘힐링 테라피’를 많이 받으려고 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외롭다는 느낌, 소외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정=결국엔 대가족이 되고 싶어 하는 거다.

 혜=사람들이 상처 받아 아픈 걸 어디에 풀 데가 없다. 내 트위터에도 ‘성직자니까 들어주겠지’하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겠나. 사연마다 너무 힘들어하는 게 느껴진다. “나 때문에 엄마가 암에 걸린 것 같아 미치겠다”는 고3 수험생, “입사 시험에서 계속 미끄러지는데, 이제 담담해진 내가 싫다”는 취업 재수생 등. 그런데 내가 하는 어쭙잖은 위로에 감동하더라. 얼마 전 저녁에 혼자 라면을 먹으면서 트위터에 “혼자 라면 하나 먹어도 이렇게 애쓰는 나를 위해 토닥토닥해주고 먹자”라고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그런 정도의 다독거림에도 사람들이 감동하는 거다. 솔직히 충격이다.

 정=트위터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을 ‘트위터 세상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48세 된 남자분이 내게 트위터 DM(Direct Message,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일종의 쪽지)으로 “오늘 바로 생을 버린다 해도 두렵지 않은 밤”이라며 “삶의 동서남북이 막힌 것 같다”는 글을 보냈다. 깜짝 놀랐고 걱정이 됐다. 그 뒤 내가 계속 DM을 보내면서 “점심 공양 했어요? 뭐 먹었어요?” 등을 묻고 “당신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 함께해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분이 너무나 감동하면서 “‘우리’라는 단어를 대하니 정말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직접 달려가지 않아도 가족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혜=친구 중에 전 세계 미군 부대를 돌아다니며 상담을 하는 미국인 신부가 있다. 그 친구가 미군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관리법 강의를 한다고 해서 들어봤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타임 아웃’이라고 외치고 세 발짝 뒤로 물러나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자기 감정을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듯 객관적으로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라는 것이다. 10초만 그렇게 있어도 어마어마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내 마음공간에 구름처럼 일어났던 화라는 에너지는 우리가 ‘화’라는 말로 증폭시키지만 않으면 금세 지나가 버린다.

 정=‘타임 아웃’이라. 정말 좋은 힐링 기술이다. 인도의 고승 산티데바의 수행법 ‘나무토막 되기’와 일맥상통한다. ‘나무토막 되기’는 반응을 멈추는 거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마치 나무토막이 된 것처럼 그대로 멈추는 것이다.

 내가 추천하는 또 하나의 힐링 방법은 ‘축복하기’다. 내 상처가 깊어지는 건, 내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적대감 때문이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떠올리며 “나는 당신에게 아무 적대감이 없습니다. 당신 또한 내게 아무 적대감이 없길 바랍니다. 당신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축복을 해보라. 그동안 내 마음의 에너지가 바뀌게 된다.

 혜=그렇다. 다른 사람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 상처를 치유해준다.

 
P.S. 2012년, 새해 소망은

찻잔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대화와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혜=사람들이 각자 자기 스스로가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경험을 통해 발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라며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참 많다. “대학 졸업반인데 뭐 하고 싶은지 몰라요”“회사에 들어갔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등이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기 위해서만 살다 보니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내가 어떤 순간 즐거운지를 모르게 된 것이다. 남이 봤을 때 행복한 삶이 아닌, 내 스스로가 행복한 삶을 찾길 바란다.

 정=중도의 균형을 잡아가는 삶이 새해 소망이다. 양극단에 서 있으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극단으로 치달으면 상처도 크다. 자기 자녀한테도 지나치게 애착심이 생기는 건 경계해야 한다. 애착을 가진 사랑은 온전하지 않다. 애착은 곧 증오로 변한다. 양극단을 피해 한발 물러서면 고요한 지점이 있다. 고요히 관망하고 성찰하는 여유에서 지혜와 판단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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