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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은 범죄 … 학생들 깨닫게 해야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권모군의 유골이 안치된 대구 팔공산 도림사 내 추모관. 권군이 즐겨 보던 방송 프로그램의 달력과 CD·MP3·휴대전화·카드등이 놓여 있고 왼쪽 귀퉁이에 편지가 붙어 있다. 추모관 관계자는 “26일 편지가 붙어있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올 초 부산의 한 중학교. 2학년에 전학을 온 학생이 학교에 잘 나오지 않고 저녁에 다른 학생들을 불러내 돈을 빼앗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어디로 나오라는 휴대전화 문자를 보낸 뒤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때렸다. 학생들이 학생부장 교사에게 알려 가해(加害) 학생과 부모가 학교에 불려 왔다. 그 부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잘 교육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그 학생은 계속 급우를 괴롭혔다. 피해 학생들이 경찰에 신고하자 가해 학생의 아버지는 오히려 교사에게 전화해 “밤길 조심하라”고 협박과 험담을 했다.

 학교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인식은 관대하다.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학교와 학부모는 아이들의 실태를 제대로 모른다. 그 사이 피해 학생은 마음과 몸 모두 깊은 상처를 받는다. 학교폭력은 학교와 가정, 정부와 지역사회가 모두 나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다.

 27일 대법원도 집단 괴롭힘 피해가 가해 학생뿐 아니라 그 부모와 학교까지 배상책임이 있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정신지체 2급 장애가 있는 김모(22)씨는 2006년 지방 공립고에서 학생 7명으로부터 1년 이상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입원과 통원치료를 받았다. 대법원2부는 “가해 학생들과 그 부모, 학교 운영자인 지자체가 연대해 5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가해 학생의 부모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감독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교사와 교사를 지휘·감독할 지자체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쏟아내 왔다.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까지 제정됐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중앙일보는 교수, 청소년 심리학자, 상담가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다섯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①‘학교폭력=범죄’ 캠페인 벌이자

국내에는 ‘아이들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맞는 것보다 때리고 오는 게 속 편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 학교폭력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다. 이규미 아주대 교수는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잘못이고, 폭력은 범죄라는 원칙을 가르치는 게 시급하다”며 “정부와 사회단체가 범국민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을 범죄로 분류해야 단호한 처벌과 대처가 가능하다. 학창시절 가해자가 적절한 처벌을 받지 않으면 24세 전에 100% 재범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교사들이 ‘가해자도 내 제자’라는 태도를 버리고 폭력에 엄격히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②노르웨이식 ‘멈춰’ 교육하자

학생들은 학교에서 누가 누구를 괴롭히는지 알지만 교사나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고 사실이 알려지면 ‘왕따’를 당하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선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잘잘못을 가리기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후 대책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982년 학생 자살 사건이 잇따르자 종합대책을 시행한 노르웨이는 심리학 교수 올베우스의 주도로 학교 폭력을 보면 누구나 ‘멈춰’를 외치는 교육을 했다. 충북 청주시 동주초 김미자(41) 교사는 “멈춰 교육을 적용해 봤더니 몇 개월 지나자 초등학생들이 중학생끼리 다투는 곳에도 다가가 멈추라고 외치더라”며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도록 정부가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교사의 학생지도 시스템 강화하자

전문가들은 교사가 관심만 갖고 관찰하면 피해 학생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공부만 가르칠 게 아니라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누군지, 특별히 기운 없어 보이는 학생이 없는지, 소매 사이로 멍 자국이 보이는지 등을 살펴 담임교사에게 알리고 상담교사로까지 연결해 조치를 취하는 체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④자식 감싸기 태도 바꾸자

폭력 사건이 재발하는 것은 가해 학생의 부모들이 자식을 감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들이 모르는 사이 모든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잘 관찰하면 아이들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옷을 바꿔 입고 왔다거나,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거나 하는 상황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부모들이 ‘학교에 괴롭힘당하는 아이는 없니’라고 꾸준히 묻기만 해도 아이들은 ‘비밀’을 털어놓는다. 학부모들이 학교와 자주 접촉하며 폭력 해결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⑤피해·가해학생 특별학교 만들자

폭력이 발생하면 가해·피해 학생이 한 공간에 남겨진다. 보복이 두려운 피해 학생은 어쩔 수 없이 전학을 간다. 영국처럼 가해 학생은 최소 한 학기 정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하고, 피해 학생은 심리적 치유를 받으면서 정규 수업이 가능한 특별학교를 만들 필요가 있다.

김성탁·윤석만·이한길 기자

◆소년법=19세 미만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 청소년들이 정신적으로 미숙하고 교화가 쉽다는 특성을 감안해 형사 처분에 있어 특별하게 취급하기 위해 제정됐다.

◆학교폭력 자진신고 기간=경찰청이 1년에 두 번씩 각각 2개월간 운영한다. 가해 학생이 자진신고하면 최대한 선처한다는 방침에 따라 경찰이 선도를 조건으로 입건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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