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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석유 제재 땐 원유 한 방울도 통과 못하게 봉쇄”

이란 정부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핵 개발 관련 제재에 대항해 원유 수송 요충지인 걸프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고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자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봉쇄 조치를 실제로 단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지만, 일단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경우 세계경제에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무함마드 레자 라히미(62) 이란 제1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그들(서방국가)이 이란의 석유 수출에 제재를 가한다면 한 방울의 원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란 관영 이르나(IRNA) 통신이 보도했다. 하비볼라 사야리 이란 해군사령관도 28일 관영 프레스TV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마치 물 마시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해군이 지난 24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이목을 끈다. 군사훈련이 해협 봉쇄 능력을 보여주려는 이란의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라히미 이란 제1부통령
 사우디아라비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이라크 등의 원유와 카타르 등의 액화천연가스 대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009년 기준 세계 해상운송 원유의 3분의1 정도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란의 이런 강수는 기존의 핵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추가 제재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란의 통화가치는 급락하고, 뱅크런이 일어날 것이라는 루머도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며 “현재 이란 경제는 일상적인 전망 자체가 유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세계 5위 원유수출국으로 해외 수입의 8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자 미국 등은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 마련에 돌입했다. 미 상원은 지난 15일 이란산 원유 수입 제한 및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만을 앞두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프랑스와 영국의 주도로 원유 금수조치 등 제재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다음 달 회원국 장관회의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U가 수입하는 이란산 원유는 하루 45만 배럴에 이른다. 이는 이란 원유 수출량의 18%에 달한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대해 “엄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란 정부가 핵의무 불이행이라는 문제의 본질에서 국제사회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또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도 28일 “이란 정부가 국제법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에서의 항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석유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은 이란 제재에 대비해 부족분을 보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도 급등했다. 2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1.66달러(1.7%) 오른 배럴당 101.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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