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양자역학 배운 적도 없는 고교생 … 스스로 공부해 ‘물리 마스터’ 됐다

최초의 ‘물리 마스터’ 한승윤군이 28일 재학 중인 경기과학고 물리실험실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해 파동함수를 구하고 있다. [수원=김성룡 기자]

‘x=0과 x=a에 벽이 있는 1차원 상자에 갇힌 입자가 바닥 상태에 존재한다. (가)슈뢰딩거 방정식으로 입자의 바닥 상태와 그때의 에너지를 구하라. (나)앞의 문제를 변분방법(variational method)으로…’.

 물리학과 대학원 입학시험에 나올 법한 양자역학 문제다. 하지만 “양자역학을 한번도 배워 본 적이 없다”는 고등학생은 이 문제를 “쉽게 풀었다”고 했다. 국내 최초의 ‘물리 마스터’ 한승윤(17·경기과학고 2)군이다. ‘물리 마스터’는 한국물리학회(회장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가 주관하는 물리인증시험 전문 과정 전 과목(필수 3과목, 선택 1과목) 합격자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이 과정은 원래 이공계 대학 재학·졸업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28일 탄생한 첫 주인공은 고교생이었다. 한군을 경기도 수원의 학교 물리실험실에서 만났다.

 “ 현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한 뒤 수식을 전개해 실제와 일치하나 확인하는 ‘물리적 사고 과정’을 즐겨요. 제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마스터까지 될지는 몰랐어요.”

 한군은 첫눈에 숫기 없는 ‘천재형’ 학생처럼 보였다. 더벅머리에 굵은 뿔테안경을 썼다. 목소리는 낮았고 질문에는 대개 ‘단답식’으로 답했다. 하지만 물리학에 대해 묻자 언제 그랬느냐 싶게 술술 대답을 이어 갔다.

 대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물리인증제 위원장인 충남대 물리학과 박병윤 교수는 “문제 수준이 대학원 입시나 교사 임용고사 전공시험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군의 대답은 달랐다. 그는 “시험이 어렵지 않았다”며 “기본 원리를 이해하면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리인증제 필수과목 중 하나인 양자역학은 과학고에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한군은 “책을 사 독학했다”고 했다. 한군은 경기과학고에서 전교 5등 안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에서 살아 본 적이 없지만 영어도 잘한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학교 대표로 미국 대학에서 열린 과학캠프에 참석했다. 중학교 때 국제 물리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탔고 현재 고등부 국가대표 후보다.

 한군은 “머리가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천재는 아닌 것 같다”며 “배운 것을 이해하고 넘어가려 노력한다”고 했다. 한번 문제를 잡으면 두 시간씩 풀 때도 있다는 것이다. “학원 다니는 것보다 스스로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는 게 그가 밝힌 공부 비결이다. 한군은 “대학에 진학해 물리학을 전공할 생각이지만 무슨 직업을 가질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학 시간에 사람이 자신의 진짜 적성을 알 수 있는 것은 24세 이후라고 배웠다. 그때까지 기다려 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수원=김한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물리 마스터=한국물리학회가 출제하는 네 가지 시험에 모두 합격한 사람. 고전역학, 양자역학, 전자기학이 필수과목이고 열·통계, 광학, 고체물리, 핵·입자물리 중 한 과목을 택해야 한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