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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어머니가 떠나가신 2011년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2011년이 저물어간다. 항상 12월 말이면 한 해가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느끼곤 했는데 올해만은 그렇지 않다. 새롭고 인상 깊은 일과 많이 부딪치게 되면 그만큼 그 기간을 길게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올해가 그런 해다.

 2011년은 대내외적으로 한국에 대전환의 해였다. 이웃 나라 일본도 대지진과 방사능 피해로 고통 받고 힘들었던 한 해였다. 기쁨이나 감동, 슬픔이나 고통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사람들은 그 일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그 순간순간을 기억 속에 생생하게 각인하게 된다. 물론 고통이나 아픔은 빨리 잊고 싶어 하지만 기쁨이나 감동은 가능한 한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한다.

 나에게도 올 한 해는 기쁨과 감동, 보람이 많은 해였다. 누구나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결실일 경우 더욱 가슴이 벅찬 법이다. 나는 올해 ‘truthofdokdo.com’이라는 독도 사이트를 공동 개설하기 위해 힘을 썼다. 그 결과 일본에서 많은 찬사의 메일을 받았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온 메일들은 90%가 욕이나 나의 생각을 알아보려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제 90%가 찬사로 바뀐 대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큰 보람이었다. 일본 사이트에서도 나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일본에 있는 친구들이 연락해 주었다. 이처럼 내 전문 분야에 대한 연구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올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그러한 정신세계 속에서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일러스트=백두리]

 올해 가장 슬펐던 일은 이번 겨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일이다. 84세였다. 9월에 뵈었을 때만 해도 건강하셨다. 정기적으로 받는 진단에서도 나쁜 데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어서 우리 형제들은 어머니와 이별의 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 아버지는 2006년에 돌아가셨으니 우리 형제는 이제 부모님을 모두 잃은 셈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종종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 어떤 심정일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누구에게나 부모님은 큰 존재겠지만 나에게도 부모님의 존재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매우 컸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중심적인 주인공들이 모두 바뀌었다. 세대를 이어받았고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 같은 것을 우리가 넘겨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척들도 아버지와 어머니 세대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형제와 사촌형제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버지·어머니 세대 분들은 돌아가시거나 몸이 불편해 거의 참석을 못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이제 우리 형제들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세대가 완전히 교체되었음을 실감하는 장면이었다.

 2011년의 끝자락에서 슬픔과 함께 나는 가족의 세대교체라는 현실을 접하고 가족적인 책임감과 새로운 세대에 대한 연대의식을 강하게 느꼈다. 생전에 어머니가 사촌형제들을 잘 챙긴 덕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세대교체와 더불어 우리 형제들과 사촌들의 사이가 아주 가까워졌다. 앞으로도 사촌끼리 자주 만나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해 나가자고 하면서 우애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내가 한국인이 되었고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친척들은 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어렸을 때 집이 가까워 늘 같이 놀았던 사촌들은 오랜만에 만난 나를 그때처럼 친근하게 ‘유짱’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어머니의 장례식은 소중한 것을 되찾게 해준 시간이기도 했다.

 하나가 사라지고 나면 다른 무언가가 태어난다. 인간의 순리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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