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설] 대구 중학생 권군을 잊지 말자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투신 자살한 대구 중학생 권모군은 사망 일주일이 넘도록 우리의 가슴을 내내 아프게 한다. 그가 겪은 학교 폭력의 실상이 어떤 것인지, 반복되는 폭력에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지금 학교의 안전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우리는 눈을 떴다. 학생 폭력은 남의 일이 아니며, 한 사람을 파멸로 몰아가는 가해자가 바로 내 아이일 수 있다는 경각심도 각인됐다. 이처럼 권군의 죽음이 남긴 영향은 지대하다.



 그래서 교육과학기술부·대구시교육청 등을 비롯해 엊그제 청와대까지 대책을 내놓거나 주문하고 있는 것은 이번 일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2004년 제정돼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피해 학생 보호 대책 등 법적 장치는 갖춰져 있다. 문제는 기존의 법령과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겉돌면서 폭력 예방에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군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아무리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사소한 괴롭힘이나 따돌림, 폭력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분명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이다. 이런 점에서 한 학기 한 차례 TV 시청 정도로 때우는 현재 학교의 한심한 폭력 예방 교육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피해 학생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모든 학생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모두가 체험하게 해야 한다. 학부모들도 예외는 아니다. 왕따(집단 따돌림)는 가해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학교도 피해자에게 공동으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되새겨야 한다. 학부모는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친구를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보호·감독할 의무가 있다. 이를 등한히 할 때 값 비싼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하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학교에 알리는 경보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노르웨이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폭력을 목격했을 때 “멈춰”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 있게 반복적으로 교육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학교는 폭력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피해 학생에겐 보호와 상담 등 안전망을, 가해 학생에겐 강제 전학, 정학 등의 제재 조치를 가동한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마디로 현장에서 통하는 꼼꼼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운용하라는 것이다.



 5년 전 일본에서 왕따 피해 학생이 자살하겠다는 예고 편지를 문부과학성에 보내 온 나라가 그 학생을 찾느라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이처럼 한 사람의 목숨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권군의 죽음은 온 사회가 학교 폭력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나영이로 인해 미성년자 성폭력에 대해 관대했던 잘못이 고쳐졌다면 권군은 학교 폭력 추방에 시동을 건 상징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