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단체장의 세금낭비 불감증

김방현
사회부문 차장
‘내 세금낭비 스톱’. 중앙일보가 올해 1년간 보도해 온 세금 기획의 ‘모토’다. 본지는 전국 곳곳의 세금(예산)낭비 현장을 고발했다. 기획기사와 르포 등 다양한 기사 형식으로 세금낭비의 심각성을 전 국민에게 알렸다. 성과도 컸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중앙일보는 올해 초부터 세금낭비를 막을 시민감시센터를 가동했다. 감사원과 행정안전부는 전국 모든 지자체의 세금낭비 실태 감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세금낭비 주범으로 꼽힌 단체장 전시·과시용 사업의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자치단체장들은 아직 세금낭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단체장의 세금낭비에 대한 ‘불감증’도 완치가 어려워 보인다. 올해 8월 ‘포퓰리즘입법 감시 시민단체연합’이 전국 247명의 자치단체장에게 세금낭비 행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약서를 보냈다. 여기에 단 58명(24%)만 서명했다. 광역단체장은 16명 가운데 3명만 동참했다.

 단체장의 세금낭비 불감증이 심하게 보이는 부분은 ‘인사’다. 인사에는 뭉칫돈이 들어가거나 토목·건축처럼 외형이 없다. 표시가 나지 않아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도 없다. 단체장은 취임하면 측근을 대거 기용한다. 상당수는 선거 공신이다. 측근이라도 능력을 갖춘 인물이면 상관없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단체장 성향이 진보건 보수건 공통적 현상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취임 이후 측근 20여 명을 도청에 데려왔다. 이들은 현재 최하 6급 이상의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6급 연봉은 4000만원이 넘는다. 급여는 모두 주민 세금이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 몇 가지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해 관용차 운전기사 직급을 6급에서 5급으로 올렸다. 광역단체장 운전기사 가운데 5급은 그가 유일하다. 그는 승진으로 연봉이 500여만원 올랐다. 염 시장은 대전시 생활체육협의회·대전시체육회 등에 상임부회장 자리를 만들어 측근을 앉혔다. 이들에게는 직무활동비로 매월 150만원 이상씩 주고 있다. 최근에는 시 산하 문화산업진흥원 원장에 중견 탤런트를 앉혔다. 동시에 문화산업진흥원장 연봉을 종전 85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올렸다. 자질과 능력에 비해 연봉이 낮다는 게 이유다. 지난달에는 연간 2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대전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기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중복된다. 이달 들어서도 전국 각지에서 단체장 치적 홍보를 위해 수백만원씩 들인 불법 현수막이 설치됐다.

 흔히 세금 감시는 일류 민주시민의 조건이라고 한다.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정부개혁팀장으로 일했던 다이애나 골즈워디 여사는 “국민이 자기 돈(세금)을 허투루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야 나라가 잘된다”고 했다. 우리 국민은 고지서 세금에는 민감한 편이다. 반면 세금의 사용처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단체장의 세금낭비 불감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도 주민의 세금감시가 필요하다.

김방현 사회부문 차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