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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의 시시각각] 친노, 노무현을 뛰어넘어라

이상일
논설위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말한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풍차보다 빨리 돈다”고. 인생이란 그런가 보다. 꼭대기에 있는가 싶더니 어느새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반대로 바닥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기도 한다. 이명박(MB) 대통령도 운명의 수레바퀴가 빠른 회전을 한다고 느낄까. 민심은 자꾸 떠나가고 여당인 한나라당조차 등을 돌리는 걸 보면서 인생무상(人生無常)·권력무상을 실감할는지 모른다.

 그가 2007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화두로 던진 말은 ‘시화연풍(時和年豊·시절이 평화롭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이었다. 나라를 화평하게, 그리고 부강하게 이끌어 국민이 태평성대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 우린 어떤가. ‘시화연풍’을 노래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보통 사람들의 심사는 ‘손에 쥔 게 하나도 없는’ 수무푼전(手無分錢)이 아닐까. MB의 운명 수레바퀴가 바닥을 향하는 건 이런 허탈감이 켜켜이 쌓였기 때문 아닐까.

 MB 신세와는 반대로 가는 이들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친노)이다. MB가 영광의 무대에 등장했을 때 친노는 폐족(廢族·조상이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가문)이었다. “죄 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처지”(안희정 충남지사)였다. 그런 그들이 지금 부활하고 있다. 폐족이란 말을 썼던 노무현의 왼팔 안희정은 지난해 충남지사 선거에서 이겨 큰 벼슬자리에 올랐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사라졌던 노무현 시대의 여당 ‘열린우리당’도 민주통합당(약칭 민주당)으로 되살아났다. 친노의 핵심인 한명숙 전 총리는 다음 달 15일 실시될 민주당 경선에서 대표직을 차지할 걸로 보인다. 친노 배우 문성근씨도 최고위원에 당선될 게 틀림없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에 발탁되는 등 출세가도를 달렸던 무소속의 김두관 경남지사도 민주당에 입당한다. 민주당은 사실상 친노의 수중에 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한나라당 영토인 부산·경남을 노린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정길 전 의원, 문성근씨 등 친노의 여러 명이 내년 4월 총선 때 이곳에서 한나라당과 겨룬다. 정권을 탈환해 ‘제2의 노무현 시대’를 열려면 한나라당 심장부부터 흔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모두 뛰어든 것이다.

 친노는 왜 부활하는가. MB 정권이 ‘노무현의 진짜 대안’임을 보여줬다면 친노의 세상이 열릴 수 있었을까. 친노가 MB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니 역설이 아닐 수 없다. MB에겐 없는 게 친노엔 있다. 동지들이다. 이들은 ‘노무현의 가치’를 지향하고, 그걸 중심으로 단결한다. 그들은 일제히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참여’를 강조한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참여하자”고 외친다. “아무리 어려워도 할 수 있다”고 다짐한다. ‘확신범’들이다. 가치로 무장한 이런 동지의식이 있으니 그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MB는 어떤가. 동업자는 있으되 동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으로 데리고 있던 정두언·정태근 의원이 자신을 향해 여러 차례 총을 쐈을 때, 친이계라는 사람들 입에서 ‘대통령 탈당’ 얘기가 나왔을 때 MB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박복(薄福)하다는 것 아니었을까.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실용주의를 추구한 MB를 친이계 다수도 실용주의적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MB식 실용주의는 가치지향적이라기보다 상인적이란 인상을 주었다. 그러니 동지 아닌 동업자가 되겠다고 하는 이들이 득실댄 것 아니겠는가.

 MB의 실패와 친노의 부활이 노무현 시대의 재개막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지금도 많은 이는 노무현 정부의 난맥상을 기억하고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듯 의욕만 넘쳤을 뿐 무능해서 경제를 망쳤던 걸 잘 알고 있다. 이념과 계층 편 가르기로 정치·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있다. 친노가 정권을 잡고, 그들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으려면 과거의 노무현 틀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무능과 편 가르기는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사는 게 피곤한 세상을 만든다는 걸 국민은 경험했다. 친노는 노무현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상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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