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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그라·칠면조...장작 케이크로 마무리

파리 셀린 가족의 크리스마스
먹는 것을 중시하는 프랑스인들에게 크리스마스 만찬은 가장 중요한 식사다. 평소의 식품비 예산을 훌쩍 넘는 최고급 식품 구입을 서슴지 않는다. 장보기 리스트에는 칠면조·푸아그라(거위나 오리간을 재료로 만든 프랑스 고급 요리)·굴·훈제 연어·바닷가재·뷔쉬(통나무 모양의 케이크)·치즈·와인·샴페인·마카롱·초콜릿 등이 적힌다. 식탁을 장식할 식탁보와 냅킨, 컵과 접시, 꽃도 체크 포인트다. 고이 모셔두었던 가장 아끼는 그릇들을 내놓을 때가 온 것이다.보석 디자이너인 셀린 리베(Celine Rivet)는 전형적인 파리지앵이다. 파리의 최고 명품가 생오노레 거리에 있는 개구리 모양의 로고가 새겨진 부티크 가르나젤(Garnazelle·프랑스 솔론 지방의 사투리로 ‘개구리’라는 뜻)의 주인으로, 원석을 커다란 구슬 모양으로 깎고 금으로 감싼 모양의 반지 ‘사랑의 구슬 (Boules d’amour)’을 선보여 일약 명성을 얻었다.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덕분에 2년 전부터 친구가 된 셀린에게 한국 독자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식탁을 미리 부탁했다. 다섯 살짜리 아들 가스파(Gaspar)와 세 살짜리 딸 가야(Gaya), 그리고 남편 가엘(Ga<00EB>l)(사진)이 앞장서서 준비를 도왔다. 셀린의 집에 도착하니 거실에 커다란 초록색 크리스마스 트리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다. 마치 작은 숲에 온 느낌이다. “칠면조를 오븐에 넣었거든. 푸아그라는 이미 준비가 됐고…참 밤을 익혀서 퓌레를 만들어야 해. 아, 그런데 그 전에 식탁을 장식해야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지.”

1 파리 셀린 가족의 크리스마스 식탁. 2 칠면조 고기. 3 프랑스 특유의 디저트 케이크 뷔쉬 드 노엘.
셀린은 재빠르게 식탁을 반짝 가루를 묻힌 나뭇가지와 붉은 색 꽃들로 장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은촛대와 은포크, 은나이프를 꺼내 접시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 시집 올 때 선물받았다는 생루이 크리스털 컵들도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빨간 실크 식탁보와 빨간색이 들어간 크리스털 잔들이 식탁에 놓이고 나니 곧 산타 할아버지가 벽난로 속에서 나타날 듯하다. 꽃들로 집안 곳곳을 장식하고 나자 손님들이 하나 둘 도착한다.“샴페인!” 셀린이 팡파르를 울리듯 소리친다.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 디너의 아페리티프(식사 전에 마시는 술)는 당연히 샴페인이다. 아페르티프가 끝나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모두 식탁에 앉았고 기다리던 푸아그라가 나왔다.
“이번에도 모차르트 거리의 식료품 점에서 산 푸아그라야?” 친구인 소피가 묻는다. “응, 우리집 식탁에서 맛있는 음식들은 모두 거기에서 공수해오지.”
푸아그라를 집에서 만드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특히 시골에서 직접 오리나 거위를 키울 경우) 대부분 사먹는다. 푸아그라는 질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큰 간을 얻기 위해 거위를 살찌우는 방법이 잔인해 프랑스 여배우인 브리지트 바르도와 같은 동물 애호가들은 푸아그라 반대 운동을 벌인다. 그럼에도 푸아그라는 여전히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음식이다. 푸아그라는 바삭바삭하게 구운 빵에 발라 먹는다. 처음에는 느끼한 것 같지만 익숙해지면 담백한 향과 부드럽게 미감을 자극하는 혀끝의 느낌에 빠져들게 된다.
오븐의 칠면조 고기가 거의 다 익었다. 칠면조와 곁들여 내는 음식은 밤이다. 삶은 밤은 다소 팍팍한 느낌이 나는 칠면조 고기를 부드럽게 먹도록 도와준다. 밤의 단맛은 고기와 소스에 적당히 배인 소금과 대조되어 그야말로 달콤 쌉싸름한 미각을 제공한다. 칠면조의 배 속은 스태핑으로 채운다. 프랑스어로 파시(Farcie)라고 하는데 잘게 조각으로 썬 빵·소시지·마늘·타임·파슬리·소금·후추·코냑을 넣어 반죽처럼 만든다. 이 파시의 맛이 칠면조 요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정도다. 가엘이 칠면조 고기에 어울리는 레드 와인을 내왔다.칠면조 다음은 치즈다. 셀린이 각종 치즈를 예쁘게 담은 접시와 커다란 바슈랑(Vacherin)을 내온다. 바슈랑은 몽도흐(Mont d’Or)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겨울에 생산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식단에 적격이다. 거의 크림에 가깝게 걸쭉하게 흘러내리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떠서 서빙을 한다.
바슈랑까지 마치고 나니 너무 배가 불렀다. 하지만 프랑스 크리스마스 식탁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미를 장식하는 장작 모양 케이크인 뷔쉬 드 노엘(Bche de No
l)을 위한 자리는 남겨두어야 한다. 초콜릿을 주 재료로 만드는 뷔쉬는 장작 모양을 사실적으로 만드는 것이 전통이다. 하지만 바로크 스타일의 화려한 장식부터 매우 미니멀한 것까지 디자인이 아주 다양하다. 게스트 중 디저트를 담당한 알렉상드르는 프랑스 최고의 케이크를 만드는 포숑에서 미래 지향적 디자인의 뷔쉬를 사왔다.
만찬은 끝났지만 여전히 아쉬움을 느끼는 손님들에게 마지막으로 코냑을 제공하는 것을 잊지 않는 셀린. 그녀의 2012년 소망인 엄마의 건강과 온 가족의 행복, 그리고 사랑이 모두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파리글 최선희 아트 컨설턴트 중앙SUNDAY매거진유럽통신원
사진 작가 Seon LE SACHE

밀라노 로베르타와 친구들의 크리스마스 식탁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축제 기간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이듬해 1월 6일 에피파니아(l’Epipania)까지다. 이 기간 중에 크리스마스(Natale·25일), 성 스테파노 축일(26일), 제야(31일), 에피파니아 휴일(1월 6일)이 있다. 명절 준비는 마리아 대축일인 12월 8일부터 시작된다. 이때부터 성당과 공공장소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구유가 마련되고 각 가정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한다.

우리가 설이나 추석을 가족과 함께 보내듯 이탈리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낸다. 어른들도 선물을 주고 받는 유일한 날이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은 24일 성당에서 자정미사를 드리고 집에 만들어놓은 구유에 아기 예수상을 얹어 놓는다.

지난 주말 밀라노에서 건축을 공부한 로베르타 로카(Roberta Rocca)와 디자인 스튜디오를 경영하는 남자친구 알프레드 드라고(Alfred Drago)가 마련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다녀왔다. 여자들은 칵테일 드레스를 입었고 남자들은 캐주얼한 정장 차림으로 참석했다. 로베르타는 음식 준비 때문에 손님 접대에 허술해질까 봐 케이터링 전문 업체에 뷔페를 의뢰했다. 와인이나 칵테일과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꼬치말이, 만두 튀김 등의 다양한 전체요리와 파스타, 그리고 후식을 냈다.
유일하게 집에서 직접 만든 요리가 ‘탈리아텔레’다. 생긴 것은 수제비와 비슷한데, 국물 없이 소스를 넣어 오븐에 구워낸 국수 요리다. 파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알프레드가 후식으로 파네토네를 가져왔다.

파네토네(Panetone)와 판도로(Pandoro)라는 빵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크리스마스에 빼놓을 수 없는 후식이다. 둥글납작한 기둥처럼 생긴 파네토네는 특별한 지방식이 없는 밀라노의 유일한 상징적 음식이다. 젤리·건포도 등이 들어 있는 파네토네에는 두 가지 전설이 있다. 우선 가난한 제빵사의 아름다운 딸을 사랑하게 된 15세기 밀라노 귀족 우게토 델리 아텔라니의 이야기다. 제빵사의 종업원으로 취업한 귀족이 버터와 계란, 건포도, 설탕을 넣고 윗부분이 바삭바삭 타게 만든 새로운 빵을 개발해 인기를 얻고 결혼마저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전설은 귀족들의 후식으로 준비한 빵을 태워버린 요리사에게 토니라는 하인이 남아 있던 빵을 건네주었는데, 그 빵이 귀족들에게 큰 인기를 얻어 ‘토니의 빵(파네 델 토니)’이라는 의미의 ‘ 파네토네’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전설이야 어떻든 맛있는 파네토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발효에만 이틀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포도·오렌지·레몬·젤리 등을 넣은 파네토네의 맛과 향은 아주 독특하다. 요즘은 초콜릿 등을 넣기도 한다.

판도로는 베로나에서 등장한 빵으로 8각형의 별 모양이다. 누구는 오스트리아 빈의 빵 제조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누구는 베네치아 최고 부자들 식탁에 올라가던 가장 좋은 밀가루로 만든 금빵(Pan d’Oro)이 원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판도로는 일반적으로 밀가루처럼 고운 흰 설탕가루를 빵 위에 뿌려 먹는다. 설탕을 빵 위에 예쁘게 뿌리면 마치 눈 덮인 화산 같다. 설탕을 빵 전체에 골고루 묻혀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닐 봉지에서 빵을 꺼내기 전 가루 설탕을 봉지 속에 뿌리고 봉지 주둥이 부분을 다시 묶은 후 신나게 흔들어주는 것이다.

8개의 꼭지점이 있는 부분을 길게 잘라 먹기도 하고 별 모양을 살려 가로로 납작하게 잘라 먹기도 한다. 이 빵은 12월부터 2월까지 팔리는데 이 빵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살이 찌는 사람도 많다.

로카는 크리스마스에 가문 대대로 내려온 본가에서 마흔 명의 친척들과 사흘간의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정원에 따로 있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온 가족이 가문의 문장이 찍힌 접시와 냅킨을 사용해 식사를 한다.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이 평범한 토마토 소스의 스파게티든 수천만원짜리 타르투포 버섯을 뿌린 파스타이건 상관없이 이들의 크리스마스 만찬 역시 파네토네로 끝난다.
밀라노 글 사진 김성희 보석디자이너 중앙SUNDAY매거진유럽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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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