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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후 북한, 개발독재가 답이다

북한의 김정일 시대는 막을 내렸다. 세습 후계자는 한 손에는 핵무기, 다른 한 손에는 2400만 인민의 목줄을 넘겨받았다. 2년 남짓 권력이양의 압축적인 수습기간을 거친 20대 후반의 후계자가 과연 절대권력자의 빈 공간을 장악할 수 있을까? 김정일 유고 상황에서 위기 국면을 맞이한 북한 통치층은 ‘운명공동체’ 의식 속에서 젊은 ‘영도자’를 중심으로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는 구심력이 작동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내부 동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머지 않은 시기에 국정운영 과정에서 정치세력의 분화와 재편이 나타나면서 ‘포스트 김정일’ 체제는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북한 정권 자체의 속성이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북한은 변화 자체가 쉽지 않으며, 체제 자체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지 못한 상황이다.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며,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외부 제재에 최후까지 버틸 수 있는 북한체제에는 유용하지 않은 전략이다. 따라서 정권교체 방식보다는 ‘정권진화’ 방안이 훨씬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방도다. 정권진화는 군사적인 물리력보다는 외교적 수단을 통한 간접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독재정권과의 대화·협상을 거부하면 그들을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고 내부 통제를 강화시키게 된다. 그러나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인내심 있는’ 대북 협상 속에서 정치·경제적 협력이 이루어지면 북한은 통제를 완화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북한 정권의 행태를 변화시키면서 궁극적으로 체제의 속성까지 바꾸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권진화의 방향은 수령독재 체제에서 개발독재 체제로 한 걸음 진전되는 데 있다. 수령독재 체제에서는 본격적인 개혁·개방이 어렵다. 선군정치 기치 아래선 정권안보 논리가 최우선이 되며, 경제 논리는 군사안보 논리에 밀려 주민 생활과 인권 문제 등은 도외시될 수밖에 없다. 그와 달리 개발독재 체제에선 안보와 경제발전 논리의 병행이 가능하며, 점차 안보 논리보다 경제 논리가 주도하는 사회로 변화하게 된다.

개발독재는 개발도상국에서 경제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독재를 말한다. 중남미나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는 ‘개발 없는’ 독재와 부패가 일반화된 사례가 많다. 그러나 한국·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서 긍정적인 선례를 남겼다. 중국도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중국식 시장경제’를 채택했다. 요즘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더불어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개도국의 개발독재는 어느 측면에서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체제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문명사적 규범에 부응하는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난 해결과 인민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개발을 위한 독재’는 잠정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개발 없는 독재’와 ‘인민 삶에 무책임한 독재’는 더욱 더 위험하고 존재 가치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발독재 방식을 채택할 경우, 이는 수령독재 체제와 근친성을 지니기에 비록 모험적이나마 북한의 선택을 기대할 수 있다. 개발독재를 위해선 독재를 정당화하는 사상·이론체계와 함께 강력한 리더십, 관료집단 같은 유능하고 의욕적인 추진세력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 세 가지에다 효율적인 주민동원체제를 구비하고 있다.

역사에는 비약이 없다. 다만 북한이 짧은 시간 내에 남한과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남한이 이룩한 압축성장의 과정이 필요하다. 북한이 당장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북한의 현실을 외면한 비현실적인 발상으로, 흡수통일론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북한이 개발독재 체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의 안보협력과 개발협력이 중요하다. 북한체제의 변화는 정권안보 자체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 단계에서 기대할 수 있다. 또 북한의 정권진화를 위한 개발협력은 한국의 ‘전략적 실용주의’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문이다. 북한 또한 국제사회에 개발지원 방식의 대북협력을 바라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대외개방을 촉진시킬 수 있다. 북한이 개발독재 체제로 전환한다면 남북한 공생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조민 경남 의령 출생(56세). 고려대 노문학과 졸업. 고려대 정치학 박사. 평화재단 부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 『통일대계 탐색연구』 『통일비전 개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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