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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외교 잘 활용해 남북관계 전환점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한반도 정세는 예상보다 평온하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와 달리 남북한은 물론 주변 4강 역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앙SUNDAY는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손꼽히는 마이크 치노이(51) 미국 남가주대학(USC) 미·중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류장융(劉江永·58) 칭화(淸華)대학 당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의 지상 대담을 마련했다.

김정일 사망과 한반도 전문가 지상 대담: 마이크 치노이 vs 류장융

두 사람은 서해상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전화 인터뷰 요지.
-김정일 체제의 공과를 평가해 달라.
마이크 치노이=17년 전 그가 북한 지도자가 된 후에 전 세계는 그를 조금 괴상하고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는 괴짜로 보았다. 공산주의권이 몰락할 당시 북한도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정권 모두 살아남았다. 그는 나쁜 지도자였지만 이런 결과론적 시각에서 보면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사망 시기도 좋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오히려 북한의 ‘안정’을 바라고 있다. 만약 김정일이 천안함 도발 직후에 죽었다면 주변국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한번 상상해보라.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치노이=권력의 ‘연착륙’이다. 인민을 먹여 살리려면 개혁·개방을 해야 한다는 걸 자기들도 안다. 하지만 개방은 정권의 위기를 가져온다.
류장융=국가체제를 둘러싼 북한 사람들의 단결이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대남 도발을 할 위험성은.
류=김정일 조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 1994년 김일석 주석 사망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나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잘 처리했다. 조문 외교를 ‘전환점’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차피 김정일은 죽었다. 욕해서 뭐하나. 한국 보수파가 ‘체제 전환’을 자꾸 언급하는데 김정일이 죽었으니 사실 체제가 전환된 것 아닌가. 장기적 관점에서, 대승적으로 봐야 한다.
치노이=북한은 후계 구도 안착을 위해 ‘조용한’ 외부 환경이 필요한 시기다. 김정은 체제의 존재감 과시는 이미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통해 충족됐다고 본다. 한·미가 내년 3월에 실시할 을지포커스 훈련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김일성 100주년 생일이 4월 15일이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느끼지만, 북쪽 사람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또 남한의 위협을 느낀다. 수만 명의 한·미 연합군이 참가하는 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은 혹시 실전이 될까 두려워한다.

-김정은 체제가 안착할 것으로 보나.
치노이=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북한은 곧 망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북한 붕괴론이 나온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북한은 나름대로 작동 원리가 있고, 상당한 생존 능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다. 후계 구도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김정일이 쓰러진 후 3년이 지났다. 김정은에게 충성할 수 있도록 군부 인사들을 재정비했고, 군부는 충성을 다짐했다. 자리싸움은 있을 수 있지만 북한 엘리트 모두는 같은 운명공동체라고 믿고 있다. 그들은 남한 TV를 통해 지도자가 권력에서 물러나서 줄줄이 감옥에 가는 것을 학습했다. 그것이 매우 강한 단결의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중동 국가처럼 민중봉기가 일어날 토양이 아니다. 그리고 중국은 북한 지지 태도를 확실하게 표명한 상태다.

-김정은 체제도 ‘강성대국’의 기치 아래 핵·미사일 개발을 고수할 것 같은가.
치노이=당분간은 핵을 고수할 것이라고 본다. 사담 후세인이 죽은 뒤 북한 사람들이 내게 직접 말하더라. “거 봐라. 핵무기가 없으니까 무슨 일이 발생했는가?” 지금 그들로선 핵무기가 그들의 생존에 필수라고 느낄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이 영원히 ‘제로섬 게임’이라고 보지 않는다. 핵 폐기는 벅찬 의제이겠지만 추가 핵개발을 중지한다든지, 개발 수준을 낮추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류=리비아 전쟁은 북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북한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중국식 개혁·개방 같은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보나.
류=북한은 자존심이 강하다. ‘중국식’으로 개방하겠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개방’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10여 년 전에 ‘개진(改進)’이라는 표현을 썼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도 자존심이 강해 ‘개선’이라는 표현을 썼다. 개혁·개방을 하려면 국가와 국가 간의 정상적인 무역이 돼야 되는데 북한은 국제무역도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이다. 북한만 탓할 게 아니라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할 수 있는 외부 환경의 조성도 중요하다.

-중국이 대북 지원 또는 북한 군부를 통해 대북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는데.
류=북한이 중국에 가까워진다고 걱정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것은 우선 북한 자체의 필요에 의한 움직임이다. 남북 관계, 북·미 관계가 냉담한 상태에서 갈 데가 오직 중국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치노이=워싱턴 정가에서 북한 문제는 ‘독(毒)’ 같은 존재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후보자들은 북한에 대해 온갖 부정적인 언사들을 쏟아낼 것이다. 북·미 관계에 큰 진전이 없을 것이다.
류=현재 상황으로선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중 양국이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한국과 미국이 행보에 신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분쟁 해역에서는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만약 그런 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그것은 6자회담 재개에도, 남북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내년 한국 선거에서 여야 간 분열을 일으키는 이슈가 될 것이다.

-한국과 주변 4강이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을 관리할 방안은.
치노이=지역 공동이익에 북한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북한 경유 가스관 프로젝트가 하나의 예다. 마음에 내키지 않겠지만 그게 해결책이다. 지금까지 펼쳐온 온갖 제재가 먹혀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전쟁도 방법이 아니다.
류=김정은은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웠다. 아직 다른 나라와 외교 행보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게 국내 문제에 신경을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외부적으론 한국·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게 북한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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