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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들어온 안동 한옥 … 아파트서 생명 얻은 목가구

단풍나뭇결의 화사함이 돋보이는 가늘고 긴 화장대. 화장대 앞 스툴은 무지개떡·색동옷 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종류의 나무로 만들었다. 자연의 나무색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김선태(39)씨 작품.
한옥 기둥에 거는 좁고 긴 거울인 주련경(柱聯鏡), 일곱 칸 기둥 사이로 하늘과 강물을 끌어안은 경북 안동 병산서원. 오늘날의 미감이 배울만한 옛 것들이다. 이 같은 옛 것을 모티브로 거울의 기능을 더한 날렵한 옷걸이, 최소한의 기능으로 공간을 끌어안은 탁자 등이 나왔다.

 전통 공간, 전통 목가구의 절제된 미감에 숨은 실용성을 오늘에 적용하기. 젊은 디자이너들이 저마다 이 화두를 놓고 고심해 신작을 내놓았다. 신지훈·조형석(26)씨부터 이미경(45)씨까지, 20∼40대 젊은 디자이너 10팀이 참여했다.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마련한 ‘생활 속의 아름다움, 아름지기 가구전-절제미의 전통에서 실용을 찾다’전이다.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옛 로댕갤러리)에서 20일 개막한다.

 아름지기는 사라져 가는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통적 생활 양식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자는 취지로 2001년 설립된 재단법인. 서울 안국동의 한옥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2004년부터 한옥 목가구·배자·도시락 등 의식주 중 한 가지씩을 주제로 기획전 ‘생활 속의 아름다움’을 열고 있다. 안국동 한옥서 매년 열던 것을 올해는 미술관 전시 공간으로 옮겨 규모를 키우고 공간 실험을 더했다.

 디자이너들은 서세옥 화백이 창덕궁 연경당을 본따 지은 성북동 한옥 거처를 방문하고, 용인대 박영규(전 문화재위원) 교수의 전통 목가구,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의 한국적 공간에 대한 워크숍 등에 참여했다. 전시는 이 같은 워크숍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 공간은 크게 둘로 나눴다. 안동 하회마을의 전형적 한옥을 미술관 흰 공간에 펼치고, 현대인의 생활 공간인 79㎡(24평) 아파트 실내를 상정했다. 바닥 도면과 흰 블라인드로 구획한 이 개념적 공간은 가구가 들어오면서 현실의 공간으로 살아났다. 관객의 상상력을 북돋고, ‘우리집’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장치다.

 공간 구성을 자문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봉렬(건축학) 교수는 “가구는 축소된 건축이며, 건축 공간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장치다. 흰 벽면의 중성적 전시 공간에 한옥과 아파트 평면을 펼쳐, 건축 공간 속의 가구라는 개념을 강조한 새로운 형식의 가구전“이라고 설명했다.

권근영 기자

◆ ‘생활 속의 아름다움, 아름지기 가구전-절제미의 전통에서 실용을 찾다’=서울 태평로 플라토에서 내년 1월 27일까지. 재단법인 아름지기 주최, 고려디자인 후원. 입장료 성인 3000원. 개막일인 20일 오후 6시에는 세계적 디자이너 로버트 스태들러가 ‘내일을 기억하라(Remember Tomorrow)’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다. 02-741-8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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