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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군인, 김정은 대하는 태도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영향을 살펴보는 전문가 긴급 좌담회가 19일 JTB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장달중 서울대 교수,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문정인 연세대 교수,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김도훈 기자]

참석자=장달중 서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사 회=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의 급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로부터 북한의 변화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동북아의 평화 등을 전망해 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은 JTBC와 함께 진행됐다.


-(사회) 김정일은 20년 가까이 후계 수업을 받았다. 그 아들인 김정은은 후계 수업을 받은 지 2년여밖에 안 됐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의 자리는 불안하지 않은지, 군부의 지지와 충성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동호 교수=김정은은 후계자로서 당과 군의 직책에 올라야 한다. 국방위원회 위원장과 당의 총서기 직이다. 최근 북한 움직임으로 보면 얼마 전부터 (군 중심에서) 당 중심 국가로 전환 중이다. 정상적 국가 운영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당 총서기직을 먼저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장달중 교수=명실상부한 후계자가 되려면 군 통제가 가능하냐가 중요하다. 당장 국방위원회 장악은 어렵다. 김정은은 공식적으로는 당을 아우르고 실질적으로 군을 통제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노력할 것으로 본다.

 -그 절차는 어떻게 될까.

 ▶문정인 교수=김정은은 현재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인민군 대장 칭호까지 받았다. 서열에 관계없이 후계구도에 들어섰다. 3중의 후계구도가 있다. 장성택(고모부)과 김경희(고모)라는 가족 중심의 후견세력이 있다. 조선노동당 중심의 국가운영체제가 지지하고 있으며 군부의 단결과 충성은 변함없다. 단기적으로는 큰 일이 없을 것이다.

 -김정은의 일천한 경력과 어린 나이 등으로 미뤄 볼 때 군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싸움과 사실상의 권력투쟁을 거쳐야 집권할 수 있지 않을까.

 ▶장=충분히 가능성 있다. 김정일은 20년간 단단히 후계를 다졌지만, 김정은은 2009년부터 후계구도에 들어가 권력기반이 취약하다. 권력 장악 과정은 김정일이 취했던 패턴을 닮을 것이다. 실세그룹을 통해 군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것은 철칙이다. 북한은 더 심하다. 아버지처럼 공식 지위에 오르기 전 오랫동안 비공식 직을 거칠 것이다.

 ▶조=나는 시각이 다르다. 김정일은 20년 가까이 후계구도를 다졌고, 김정은은 3년 남짓이다. 단단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물론 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북한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후계에는 7단계가 있다. 1단계는 초급장교의 충성을 받는 것이고, 마지막이 외국사절을 접견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최근 외국 사절을 접견했다. 7단계를 거쳤다는 뜻이다. 화폐개혁도 그의 힘을 북돋웠을 것이다. 시장에서 부를 축적하는 계층은 군부엘리트다. 김정은은 화폐개혁을 통해 부의 이동을 실현했다. 장성택이 ‘정은아’라고 불렀다고 김정일에게 혼났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므로 그의 위치를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문=북의 TV에서 나이 든 군인들이 김정은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보호 세력을 구축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고, 중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강성대국으로 가는 문제는 경제문제다. 인민 생활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 상황에서 정책적 갈등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지금 구축해 놓은 권력이 약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사회주의 국가에선 이렇게 권력 이양에는 과도기가 있어 왔는데 북한에선 어떻게 나타날까.

 ▶장=북한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집단지도체제 이행이다. 공산권 변화는 1인 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갈 때 문제가 생겼다. 1953년 이오시프 스탈린 사후 소련에서 그랬다. 북한도 김정은으로의 체제 이행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고모(김경희)나 고모부(장성택)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등장할 것이다. 김정일 사망으로 북한 권력 내부에서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북한 체제가 비록 당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김정은의 리더십은 미지수라는 점이다. 김정일의 생존은 아버지를 얼마나 이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문=상징 조작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북한 주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북한에서 군은 국가 체제유지를 책임지고, 당과 내각은 인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게 임무다. 북한에선 핵을 가지면서 강한 부분은 이미 이뤘고 이제는 융성한 국가를 만들 차례라고 보고 있는데 문제는 핵을 가지고선 (각종 제재 때문에) 이것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서 갈등이 생긴다. 김정은과 친인척들은 당·군과 삼위일체 동심이라고 보면 된다. 군과 당 사이에서 마찰이 생길 경우 김정은이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미래가 달렸다.

 -우리 정부가 취할 조치와 조문·애도의 수준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문=비상경계태세 발동은 자칫 북이 위협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합리적인 수준에서 해야 한다. 대신 애도와 관련된 입장은 금명간 표시해야 한다. 김일성 조문을 둘러싸고 파동이 벌어졌던 94년 7월로 돌아가선 안 된다. 김일성은 6·25전쟁에 책임 있는 인물이지만 김정일은 1, 2차 정상회담을 한 사람이다. 물론 핵문제는 있지만. 김정일 사망을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정은 승계체제를 인정해 주고 대화를 시도하는 게 좋을 것이다.

 ▶조=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사망은 최고의 국난과도 같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조문사절단을 보낼 필요는 없으나 적절한 선에서, 적절한 형식으로 조의는 표하는 게 좋다고 본다. 우리 정부도 북한을 대화·협력·통일의 상대로 규정하고 있으니 만큼 그 정도는 해야 한다.

 ▶장=북한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무리 없이 권력을 이양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 이익 차원에서 필요하다. 조문은 의전 차원에서 해야 한다.

 -김정은 체제로 옮아가는 동안 남북관계는 단·중기적으로 어떻게 작용할까.

 ▶조=내년 김정일 생일과 강성대국 선포 등 내부 일정의 차질이 더 큰 문제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관계개선의 결정적 모멘텀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북에선 인수위원회가 가동 중일 테고, 다음 정권에서 국가적 슬로건으로 내세울 게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중국의 개방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당분간 배급제를 복구할 능력이 없다. 시장개방 촉진밖에 방법이 없다.

 -안타까운 것은 북·미 대화가 성과를 낳는 것 같은 상황에서 김정일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장=어려운 시기일수록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한국과 같은 적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김정은의 확고한 권력을 내외에 강조하기 위해 강성대국 팡파르를 울릴 수도 있다. 미국이나 남한과의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문=북한은 과거 김일성 사망 직후 제네바 합의를 채택했다. 북한도 국가이익에 부합하면 추모기간이나 행사 이후에 대화에 적극적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상층부 얘기를 주로 했다. 최근 중동의 재스민 혁명도 겪었고 전 세계적으로 시민파워가 상승일로에 있는데 북한 일반 국민도 큰 전환기를 맞아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조=전망은 낙관적이다. 북한 인민 입장에선 10년 전 고난의 행군 당시보다 훨씬 먹고살기가 나아졌다. 시장을 열어준 게 가장 큰 영향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김정일보다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것은 분명하지만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정도는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진전만 있다면 굳이 김정은 정권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발언권·존재감이 올라갈까.

 ▶문=중국 변수 때문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김정일이 애써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런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북한은 후계 인정을 받았고, 중국은 한반도가 안정되길 바란다.

 -북한이 외국 조문단을 사절하는 이유는.

 ▶장=남한이나 미국에서 조문 안 올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체제 유지를 위한 현명한 조치로 본다.

 ▶문=북한은 명분 사회다. 조문단이 적게 오면 내부에서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금강산·개성 사태의 해결도 기대하게 된다.

 ▶문=남북관계는 우리 하기 나름이다. 그 문제는 우리가 전향적으로 생각하면 쉽게 풀릴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진 천안함 공격도 한 게 아니라고 주장해 왔는데 체제가 바뀌면 이런 입장도 바뀔 건가.

 ▶장=이와 관련해 북에서 뭔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수위다. 정부가 이를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문제다.

 ▶조=남북 모두가 내년은 대내 정치의 해여서 천안함·연평도가 남북 간 주요 의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북에선 봄이나 가을에 ‘강성대국 건설’ 선언이나 유보 발표를 할 것이다. 우리도 내년에 총선·대선이 있어 남북관계가 우선 어젠다가 되기 힘들 것이다.

 ▶문=6자회담 재개는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미국이 전향적으로 나오고 있으니 희망의 실마리는 있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다.

 -김정일 사망이 내년 총선·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을까.

 ▶장=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다음 대선에서 국민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원한다. 남북관계도 부드럽고 중도적인 것을 원한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다.

 -북한이 국난을 당했다. 북한이 어려울수록 적극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제는 남북관계는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이명박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할 일이 많아졌다. 긴 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정리=채인택·양선희 논설위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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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