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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애플 AS 규정 바꾼 대한민국의 똑똑한 소비자

8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한 미국 애플사의 AS 담당 임원은 2시간에 걸친 협의 끝에 아이폰 약관을 한국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에서 자사의 AS 규정은 전 세계 공통이므로 절대 고칠 의사가 없다고 한 지 1년 만이었다.

아이폰 AS 규정을 놓고 애플과 씨름을 벌인 것은 공정위이지만 애플을 변화시킨 것은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다. 고장난 아이폰을 리퍼폰으로만 교환해 주는 데 분개한 소비자들이 SNS, 언론, 국회 등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애플은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지금은 소비자 주권의 시대다.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최근 트위터와 같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주어진 상품을 단순히 소비하는 지위에서 벗어나 상품 개발·유통부터 최종 소비 과정까지 기업에 영향을 미치며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기업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기업은 소비자와 대립이 아닌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온라인 판매 서비스 방식으로 PC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델 컴퓨터는 2000년대 중반 일본의 한 회의장에서 델 노트북이 폭발하면서 소비자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델은 이 상황을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극복했다. 소비자 불만접수프로세스를 개선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이디어 스톰(idea storm) 사이트를 열어 고객들의 비판과 아이디어를 신제품에 반영한 것이다.

위키피디아가 성공한 예에서 보듯이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에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은 이미 보편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었으며, 그 중심에 소비자가 서 있다.

시장의 또 한 축인 정부도 이제 이러한 변화에 맞게 소비자 중심적인 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포터가 지적한 것처럼 이제 ‘똑똑한 소비자(sophisticated consumer)’는 산업화 시대의 천연자원, 값싼 노동력만큼이나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 되고 있다.

애플에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당한 삼성이 지금 애플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 것은 삼성의 기술력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겠지만, 삼성이 그런 힘을 갖게 하는 데는 IT 강국인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의 소비문화 개선을 지원하고, 합리적인 구매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종합정보망과 한국형 온라인 컨슈머리포트를 운영하는 등 소비자정책을 내년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추진할 계획이다.

자신들의 의사를 자유롭고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소비자,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자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하는 기업, 그리고 똑똑하고 현명한 소비자를 길러내고 이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이들이 이렇게 공생하는 것이 21세기 소비자주권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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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