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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영화 감독·배우들 ‘인생 2막, 레디 액션!’

아산실버시네마회원들이 아산노인복지관 인근에 위치한 남산에서 영화촬영 리허설 중 기념촬영을 했다. [조영회 기자]


12일 오후 3시 아산시 노인복지관 제1교육실에 7명의 노인들이 모였다. 아산 실버시네마 회원들이다. 이들은 내년부터 촬영예정인 영화에 대해 사전논의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내년에는 그동안 만든 영화보다 좀 길게 촬영을 해야겠어요. 내용도 더 심도있고 재미있게 다가갔으면 좋겠구요.” “맞아요. 촬영기법도 더 배워서 영상도 깔끔히 담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출연자들도 분량이 늘어나니까 더 긴장해야겠네요.” 실버시네마에서 영화감독과 시나리오를 맡고 있는 박화규(74)씨의 말이 떨어지자 회원들은 저마다의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대기업 간부, 주부, 연극 7년차 아마추어 배우 등 경력은 제 각각이지만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영화’다.

 이초롱(25) 강사는 “뒤늦게 배우셨지만 다들 열정만큼은 최고다”라며 “촬영기법이나 동영상제작법을 가르쳐드리면 이해력도 다들 빠르시다”고 소개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 한마음

 실버시네마가 결성된 때는 지난해 2월. 아산노인복지관에서 연극을 배우는 수강생들이 영화에 출연하고 직접 제작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제작반을 권유했다고 한다. 아산노인복지관은 노인들의 이런 권유를 받아들여 ‘영상미디어반(실버시네마)’을 개설했다. 수강생은 모두 13명으로 막내(?)가 66세다.

 회원들은 기획에서부터 시나리오, 촬영, 연출, 편집을 맡아 영화로 제작하는 일을 한다. 지난해에는 노년기의 외로움과 전쟁의 아픔을 젊은 세대와 함께 나누고픈 마음으로 두 편의 영화(외로움, 60년이란 시간)를 제작하기도 했다.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달렸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만했어요. 노년엔 이렇게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감사합니다. 영화를 잘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뻐요.”

 박화규씨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당당히 자신을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아산노인복지센터 영화제작동아리에서 2년째 영화를 만들고 있다. 박씨는 실버시네마 정규교육 과정을 통해 배우, 카메라 감독과 공동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두 번의 정기 상영회를 열었고, 올해는 노인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해 본선에 오르기도 했다. 아직 2년 차이고 취미로 시작한 일이어서 빼어난 수상 이력은 없지만, 영화를 향한 그의 열정은 ‘진짜’ 감독 못지않다.

 박씨는 “서울에서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예술계로 진출하진 못했다. 정년퇴직 후 적적한 마음에 지하철을 타고 여행을 하던 중 아산이라는 지역을 알게 됐고 이곳에 거주하게 됐다. 그리고 이곳 센터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꿈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작업에도 직접 참여한다. 지난해 김명자(70·여)회원이 낸 소재를 토대로 5분 분량의 영화 시나리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김 회원 이웃 중에 치매로 고생하는 노인이 있는데 상당히 외로워 보인다고 말했어요. 그걸 소재로 시나리오를 제작하고 감독으로 참여했는데 반응이 좋아 기뻤죠.” 김씨는 “같은 세대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소재로 제시했다”며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신 덕분에 내 연기도 빛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실버시네마 카메라 감독은 임창희(66·여)씨가 맡고 있다. 임씨는 “젊었을 때부터 사진 찍기가 취미였다”며 “전문적으로 촬영기법을 배우고 싶어도 그럴만한 공간도 형편도 안됐는데 이곳에서 좋은 친구들과 영화를 촬영하고 배울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뒤늦게 이룬 꿈, 이젠 우리도 신성일과 엄앵란

 강석례(74·여)씨에게 실버시네마는 특별하다. 자신의 오랜 꿈을 이뤄줬기 때문이다. 강씨의 꿈은 다름아닌 배우였다. 유년시절 동네에서 연극이나 영화가 개봉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극장에 몰래 들어가 훔쳐보곤 했다. 20살이 되던 해에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쇼단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렇게 그의 꿈은 사라져만 갔다.

 “늘 배우의 꿈을 꿨어요. 엄앵란의 연기를 보고 또 보며 ‘나도 저렇게 멋진 여배우가 될꺼야’라는 생각을 했죠. 꿈이 실현되지 않자 점점 지쳐갔지만 언젠간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었어요.”

 자신이 결혼을 하고 남매를 결혼시킬 때 까지도 그의 꿈은 이뤄지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아산노인복지관에서 연극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8년간 연극을 배우며 작은 무대에 서기도 하면서 그의 꿈은 다시 익어갔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실버시네마에 가입해 영화에도 참여하며 여배우의 꿈을 이루게 됐다.

 “연극을 하면서도 정말 행복했는데 영화를 찍고 나니 제 꿈을 완벽하게 이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아들도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하더군요. 모든 것을 보상받은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회원들과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할 생각이에요.” 실버시네마 회원 중 최고령인 장춘형(80)씨의 꿈 역시 배우였다.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20살 무렵 6.25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넘어오는 과정에서 군대로 강제 차출돼 부모님과 생이별을 하고 말았다. 군 생활을 하며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연극활동으로 이겨냈다고도 했다.

 “군대에서 우연치 않게 연극을 했는데 재미있더라구. 무대에 올라 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을 즐기는 게 그렇게 신명나는지 그제야 알게 됐지.” 군 재대 후 부모님을 다시 만난 장씨는 교회에 다니며 성극을 했다. “그때는 연기하는걸 좋아해도 정식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갖기 쉽지 않지. 돈도 많이 들어가고 배울 곳도 마땅치 않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시간은 야속하게도 흘러 80대 노인이 됐다.

“나이가 먹어서 꿈을 이루지 말란 법 있나. 앞으로도 100살까지 무대에 오르지 뭐. 나만큼 연기 오래하고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장씨는 자신이 진정한 베테랑 연기자라며 ‘허허’하고 웃었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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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