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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부부갈등 위기 여성들의 안전 지킴이

1366충남센터 상담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을 위해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1. 남편의 폭력·방임으로 위기 놓인 가정

지난 6일 오후 1366충남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도와주세요. 살기가 너무 힘드네요” 들릴 듯 말 듯 힘 없는 목소리였지만 다급함이 묻어 나왔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그에게 상담원이 대화를 이어갔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도움을 드릴 테니까 걱정 마세요” 이영희(가명·30대)씨는 남편의 경제적·정서적 방임과 잦은 폭력으로 무기력증과 거식증이 심각한 상태였다. 일주일을 누워만 있었다고 했다. 방안은 악취가 났다. 6살 난 딸에게는 밥을 먹였다고 했지만 음식을 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남편은 1년 전부터 다른 곳에 살림을 차려 살면서 경제적 지원을 모두 끊어 버렸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보증금 300만원의 단칸방은 이미 3개월째 월세가 밀려 있었다. 1366충남센터는 이씨를 병원으로 데려가 정밀진단을 의뢰하는 등 치료지원에 나섰다. 긴급피난처에 임시 거처도 마련해 심리·놀이치료를 시작했다. 이씨는 현재 쉼터에서 딸과 함께 생활하며 경제적 자립을 준비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2. 길거리로 나온 엄마와 아이들

 며칠 뒤에는 주민지원센터 사회복지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산 정상에 자리한 정자 아래에 40대 여성과 아이 3명이 노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상담원이 현장에 출동했는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춥고 불결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엄마인 김미숙(가명)씨 역시 영양 불균형으로 비만이 심각한 상태였다. 상담원은 11개월, 3살, 8살 난 아이와 함께 노숙하고 있는 김씨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곧바로 지원절차에 들어갔다. 그는 첫 남편과 이혼한 후 두 번째 남편 마저 교도소에 들어가자 일정하게 거주할 곳을 찾지 못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긴급피난처에 입소 했지만 노숙생활에 익숙한 김씨가 다시 퇴소하자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자립지원금으로 집과 생필품, 집기류 등을 마련해줬다. 종교단체의 지원으로 매주 밑반찬 지원도 이뤄지도록 연계했다. 김씨는 현재 지속적인 부모교육과 상담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며 자립의지를 키워나가고 있다.

상담 21% 증가 … 천안·아산이 충남의 59%

 2011년 11월 말 현재 여성긴급전화1366 충남센터는 1만 2797건을 상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 66건) 보다 21%(2731건)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천안(6238건), 아산(1362건)이 충남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유형별로 보면 가정폭력이 5902건(46.1%)으로 가장 많았다. 이혼·부부갈등·가족문제 등 가정상담 1750건(13.7%)을 비롯해 성폭력·성매매 등 성상담도 926건(7.2%)을 차지했다. 대부분 전화(1만 789건)로 상담이 이뤄졌다. 직접 방문(1981건)하거나 인터넷(27건)을 통한 상담은 많지 않았다. 특히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상담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2009년 784건, 2010년 841건, 2011년(11월 기준) 1150건으로 집계됐다. 이은주 사무국장은 “상담이 늘어난 이유는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가정문제를 더 이상 덮어두지 않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려는 인식이 확산된 때문”이라며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인터뷰] 김명숙 1366 충남센터장
“긴급한 도움 필요한 여성 위해 24시간 개방”


-충남센터는 언제 생겼나.

 “1998년 첫 전화상담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체계적이지 못했다. 이후 2001년 7월 당시 여성부(여성가족부)가 전국 각 권역별로(서울시와 광역 시도) 16곳에 1366센터를 설치했다. 충남센터도 그 해 9월 천안에 둥지를 틀었다. 천안시가 3년 동안 직접 상담원을 채용해 운영했는데 어려움이 있었는지 민간위탁운영으로 바뀌었고 3년마다 평가를 거쳐 재위탁하는데 천안YWCA가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상담요원 자격기준은.

 “충남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원은 기본적 요건을 두루 갖춘 전문가들이다. 전문대졸 이상 졸업자이면서 가정폭력 상담교육 100시간, 성폭력 상담교육 100시간을 이수했다. 석사 이상 학력을 갖추거나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상담사들이 대부분이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나도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현장에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립과정 연구』 논문을 써 우수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20대 자녀를 둔 40대 후반 여성이 2009년 상담을 요청했다. 당시 그분은 사람을 똑바로 쳐다 보지 못했다. 남편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몸서리를 쳤다. 재혼한 여성이었는데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자신의 집과 통장을 모두 뺏기고 폭력에 시달리며 생활하고 있었다. 생활비라고는 한 달에 1만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집을 방문했는데 흉기와 둔기로 부순 흔적이 여기저기 있었다. 쉼터로 안내한 후 부부상담을 진행했는데 남편이 동참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남편 이야기만 해도 얼굴을 못 들던 그를 얼마 전 우연히 마트에서 만났는데 해맑은 미소로 반가워하는 모습을 봤다. 6개월 동안 상담을 받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힘을 얻은 그가 남편과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남편의 폭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향후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반대로 가장 아쉽거나 안타까웠던 일은.

 “오랜 세월 폭력을 당한 사람은 폭력 앞에서 무기력해 진다. 경제능력이 있는 여성이 있었는데 남편의 폭력을 못 이겨 찾아 온 적이 있다. 긴급피난처를 안내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 하루 만에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종속적인 관계로 살다 보니 남편으로부터 떨어지면 불안한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되지만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변화되지 않는 가정으로 돌아갈 때 마음이 아프다.”

-상담은 어떻게 이뤄지나.

 “센터장과 사무국장 외에 7명의 상담원과 2명의 현장상담원이 24시간 근무한다. 교대 근무를 하지만 긴급한 일이 생기면 새벽에라도 나와야 한다. 상담원은 늘 현장 출동을 위해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 2009년만 해도 여성가족부에서 한시적으로 현장상담원 14명을 지원했는데 지금은 2명만 남은 상태다. 근무조건은 열악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위기 여성들을 위해 365일 문이 열려있다.”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한 말씀.

 “폭력을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은 무리다. 폭력은 여러 이유가 있다. 폭력을 행사한 뒤에 ‘너를 너무 사랑해서’ ‘정말 미안해’라는 말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다. 즉시 치료와 상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폭력이 이뤄지면 적극적으로 대처 해야 한다. 1366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긴급한 상황에서 빠져 나오고 이후 대처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 늘 주변에 자신의 어려움을 알리고 도움을 부탁해야 한다. ‘맞을 짓을 해서 맞았겠지’하며 스스로 죄책감을 갖거나 주위 시선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이웃에서도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한다. 여성은 폭력으로부터 당당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사회적 지원체계가 있고 이들에게 도움을 줄 곳도 있다. 1366이 언제나 도움이 필요로 하는 여성들을 위해 깨어 있으니 문을 두드리라고 말하고 싶다.” 



Q&A

Q 성상담을 요청할 수도 있나요.

A
지속적으로 성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역상담소를 연계해 주고 관련 전문병원 진료 안내와 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하고 운동·등산 등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Q 부부가 함께 상담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나요.

A
지역 상담소와 연계해 내담자 부부가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부부의사소통과 자녀교육, 부모교육 등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부부가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원활한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Q 성폭력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교제남의 성폭력(스토커)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시 상담원이 경찰과 연계해 현장 출동했고 안전하게 긴급피난처에 입소해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필요하다고 판단 되면 상담원과 긴급피난현장상담원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행사를 하거나 이사를 가는 현장에도 경찰로부터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으니 언제든 1366의 문을 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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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