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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멀어지는 계층상승 꿈

주부 이정연(가명·42·경기 군포)씨는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를 월세로 바꾸자는 전화를 받았다. 남편의 실직으로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겨온 지 2년 만이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지만, 불안한 수입에 월세 낼 일이 두렵기만 하다. 이씨는 “그나마 남아 있는 목돈이 전세금인데 이마저 야금야금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 큰 고민은 따로 있다. 이씨는 서너 달 전부터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부모 때문에 애들마저 뒤처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중산층의 불안이 희망의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정부가 국정 운영의 모토를 ‘서민은 따뜻하게 중산층은 두텁게’로 잡았지만 사정은 더 나빠졌다. ‘나는 몰라도 내 아이는 잘살 것’이란 기대마저 접는 수준에 다다랐다. 자녀에 대한 기대와 교육열로 무역 1조 달러를 이룬 나라의 씁쓸한 뒷모습이다.

 통계청은 15일 위기를 알리는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나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주는 52.8%였다. 1988년 관련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후 가장 낮은 수치로, 2년 전에 비해 2.1%포인트가 줄었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6년(53.4%)에 비해서도 낮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중산층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반면 “나는 하층”이란 응답 비율은 2009년 42.4%에서 올해 45.3%로 늘었다. 중산층과 하층의 비중 차이는 7.5%포인트에 불과했다. 88년엔 24%포인트 차이였다.

 소득은 늘었는데 중산층 체감도가 낮아진 것은 불안 때문이다. 장세훈(사회학) 동아대 교수는 “고용 불안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 ‘어떤 위험에도 흔들리지 않는 층’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는 “2006년 한국사회학회 조사에서 국민들은 ‘월 소득 500만원, 자산 보유 10억원 이상’을 중산층으로 봤다”며 “최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 기준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안은 좌절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 ‘나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비율은 10명 중 3명(28.8%)에 불과했다. 자녀 세대의 계층 상향 가능성에 대해선 41.7%만이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크다’는 답은 단 4%에 불과했다. 거꾸로 ‘가능성이 작다’는 답은 42.9%에 달했다. 자녀의 계층 상향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을 넘어선 것 역시 관련 조사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인 불안이 이런 좌절을 부추겼다고 진단한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으로 포장됐던 미국 사회의 기회 균등 신화마저 금융위기로 무너졌다”며 “그동안 긴가민가했던 인식에 확인 도장을 찍은 격”이라고 말했다. 장세훈 교수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던 교육이 사교육비 증가로 인해 이제는 오히려 계층 이동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중산층 확대를 모토로 내걸었지만 금융위기에 대처하느라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최배근(경제학) 건국대 교수는 “내수가 취약하기 때문에 성장률 수치에 매달리다 보면 결국 수출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국가 경영의 초점을 창업 등 고용 확대를 위한 교육·금융 인프라 확충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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