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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비리, 탈당 요구 … 청와대 “연초엔 상상 못한 일들이 … ”

화불단행(禍不單行). ‘나쁜 일은 몰려온다’는 뜻이다.

근래 청와대 사람들이 자주 주고받는 말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선 곤혹스러운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14일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오빠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도 비리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측근도 이미 여럿이다.

 특히 김 이사장 구속에 청와대가 받은 충격은 크다. 2008년 공천 청탁 사기로 김 여사의 사촌 언니인 김옥희씨가 구속된 이후 두 번째 친인척 비리 케이스다.

올 4월 김 이사장이 자신이 이사로 있던 세방학원 이사장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청와대에선 그를 “대통령 친인척 중 제일 반듯한 인물”이라고 감쌌다. 그런 만큼 “스캔들 같은 게 이 정권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했던 이 대통령으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정치적으로도 몰리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때 100여 명에 달했던 이명박계 의원 중 조해진 의원 정도만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 ‘정책 말발’이 먹히지 않은지는 제법 됐다.

 경제도 내년은 낙관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 스스로 12일 무역 1조 달러 달성 축하행사에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고 토로할 정도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연초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올 2월 이 대통령은 출입기자들과의 산행에서 “사람들은 (임기) 3년이 지났으니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온다고 표현하더라. 그러나 나는 평지의 릴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임기 후반이 돼도 ‘내리막길’ 대신 ‘평지’를 달릴 것이란 이 대통령의 자신감과 달리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하산길이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가파른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 11월 말 국무회의에서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었다. 극심한 민심 이반으로 그해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재·보궐 선거는 하는 족족 패했다. 인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문재인 법무부 장관-김병준 교육부총리-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모두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달리 그 무렵엔 비리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를 챙긴다는 이미지가 있고 여당과 맞서 싸우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보다 나은 편”(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란 견해와 “이 대통령의 경우 애증의 단계를 넘어 무관심까지 갔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 때보다 안 좋다”(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견해가 엇갈린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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