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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총장으로서 상황 판단 위해 이국철 만났다”

김준규 전 총장
김준규(56) 전 검찰총장이 총장으로 있던 올해 초 이국철(49·구속 기소) SLS그룹 회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 “총장으로서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를 받은 사건 관련자와 개인적으로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당시 상황과 관련한 이 회장의 검찰 진술이 김 전 총장의 주장과 다소 배치되는 것으로 드러나 뭔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총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 초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대영로직스 대표 문환철(42·구속 기소)씨의 주선으로 이 회장과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다”며 “당시 SLS 수사와 관련해 나쁜 소문들이 있었고 검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필요해 그를 만났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 속에서 사퇴한 김 전 총장은 이후 미국 연수를 떠났다가 최근 귀국했다.

 김 전 총장은 “문씨로부터 ‘이 회장이 너무 억울해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의 말을 들어보는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말을 들어보니 당사자에게는 억울한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증거가 전혀 없는 등 범죄정보로서의 가치는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에서 내가 이 회장과 마치 이상한 뒷거래를 한 것처럼 보도해 검찰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정·관계 로비자금 7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씨에 대해 “고검장 시절부터 친지의 소개로 알게 돼 안부인사 정도를 하던 사이였고 착한 청년 사업가로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식사 값 50여만원도 문씨가 계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회장이 2009년 검찰 수사를 받아 기소됐고, 이후 “이명박 정부가 회사를 빼앗아갔다”며 검찰 등에 진정을 제기해왔던 인물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김 전 총장이 이 회장을 만난 것은 신중치 못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총장이 수사나 재판과 관련 있는 인물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말 일부 언론에 전달한 이른바 ‘비망록’을 통해 “김 전 총장을 모두 두 차례 만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0년 10월 문씨가 김 전 총장을 만나자고 해서 서울 남산에 있는 ‘서울클럽’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는데 SLS 관련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올해 초 서울 강남의 레스토랑에서 두 번째 만났을 때는 나와 김 전 총장 모두 서로가 온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놀랐다”며 “이때 SLS 얘기는 딱 한 차례 했고 김 전 총장은 그냥 듣기만 했다”고 했다.

 한편 이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에는 ‘로비 대상 검찰 관계자가 김 전 총장과 현직 법무·검찰 최고위급 관계자, 다수의 전·현직 검사장급 인사 등 모두 13명에 이른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검찰에서 “내가 직접 만난 인사는 김 전 총장과 고검 검사 등 두 명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문씨 등이 로비를 했다고 알려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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