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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이 낙이던 마을 … 어르신들 합창 울려 퍼지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강당에서 ‘2011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시상식’이 교육과학기술부 주최로 열렸다. 기관·단체부문 대상은 한센인들이 많이 사는 경기도 포천 장자마을 행복학습관이 받았다. 학습관 합창단원들이 율동과 함께 크리스마스 캐럴 ‘루돌프 사슴코’를 부르고 있다. [김형수 기자]

14일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장자마을. 하루에 일곱 번 버스가 들어오는 외진 이곳은 주민 144명 중 35명이 한센병력을 갖고 있는 한센인 정착촌이다. 회색빛 염색공장들을 지나자 아담한 2층 건물이 나타났다. ‘장자마을 행복학습관’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40~70대 여성 12명이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한센병을 앓았거나 남편이 환자였던 이들이다. 합창단원들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사슴뿔 모양의 빨간 머리띠를 둘렀다.

 “나 예뻐?” 단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장영숙(70)씨가 소녀 같은 표정으로 말하자 별명이 ‘싸움닭’인 이춘자(68)씨가 웃음을 터뜨린다. 단원들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울면 안 돼’ 등 캐럴 세 곡을 불렀다. 파트는 소프라노와 알토 두 가지. 정식 합창단에 비하면 부족한 실력이지만 단원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장자마을이 조성된 것은 1974년. 원래 경기도 산정호수 옆 움막촌에 살았지만 “유원지에 한센인들이 살면 관광객이 준다”는 주민 불만 때문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마을 사람들은 정착 후 닭·돼지를 키웠다. 뭉툭해지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94년 전염병과 가뭄으로 가축이 폐사했다. 살길을 찾던 주민들은 축사를 공장으로 개조해 기피 산업인 염색공장을 유치했다. 지금도 30여 개 공장이 남아 있다.

 마을에는 외지인이 별로 찾아오지 않았다. 2년 전까진 버스도 마을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문화시설이 없고 고립된 이곳에서 주민들은 주로 고스톱을 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경기도의 지원으로 마을에 학습관이 문을 열었다. 전국 한센인 마을 중 최초로 평생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한글·컴퓨터 등 무료 강좌가 개설됐다. 처음 냉담해하던 주민들은 배움의 즐거움에 하나 둘 연필과 키보드를 잡았다. 지금은 초등학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100여 명이 10개 강좌를 이용한다.

 노래교실이 특히 인기였다. 노래 강사 정인숙(49)씨와 수강생들은 여성 합창단을 꾸려보기로 했다. 40대 주부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목소리가 좋다는 13명을 뽑았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한글을 몰라 악보도 읽지 못했다. 노래방에 가본 이들도 드물었다. 정씨는 “매일 두세 시간 연습을 하니 하모니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의정부에 사는 정씨는 연습 때마다 피아노 반주를 해주며 씨름을 했다.

 올 9월 합창단은 전국평생학습축제에 참가해 세상 앞에 섰다. 동요 ‘고향의 봄’과 가수 태진아의 ‘잘살 거야’를 불렀다. 객석이 울음바다가 됐다. 이후 공연 요청이 쇄도했다. 소프라노를 맡고 있는 부녀회장 한경숙(56)씨는 “스스로 움츠러들었었는데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사 정씨는 “합창단을 만들어 보자고는 했지만 각자 고집이 강하고 남들 앞에 나서지 않으려 해 포기하려고도 했다”며 “노래를 함께하면서 한센인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점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장자마을 행복학습관은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강당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시상식’에서 기관·단체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날 20개 개인·단체·지자체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평생학습 대상=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중앙일보·평생교육진흥원·한국교육방송공사·한국방송통신대·한국직업능력개발원·한국교육학술정보원·한국문해교육협회·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한국교육학회·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공동 주관했다.

포천=이한길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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