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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혜자 김 리조트 있다~” 못 말리는 혜자

15일 밤 JTBC 지하 세트장에서 일일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의 주인공인 김혜자(왼쪽)와 이보희가 대본을 보면서 동선을 체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칼을 간다. 슥삭. 에르메르? 개털이 에르메르다! 별것도 아닌 걸 열라게 포장하고 돈 지랄하는 것들 칼잡이가 회를 친다!”

 청담동 사모님들의 겉치레에 열등감을 느낀 혜자가 증오의 ‘시’를 토해낸다. 명품브랜드 에르메르를 휘감고 점잖게 앉아있는 사모님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데, 혜자의 딸 지은이 달려와 한다는 소리. “엄마 약 먹을 시간이야.”

 가난한 혜자의 분노는 돈 많은 사모님들이 겪는다는 히스테리로 둔갑한다. 백화점 VIP회원만 가입하는 문인회에서 부잣집 사모님인척 거짓말을 하는 혜자. 대한민국 부(富)의 1번지에서 월세 걱정을 하며 날마다 빈부격차를 체감하는 혜자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15일 오후 9시, 서울 순화동 JTBC 세트장에선 일일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월~금 오후 8시 5분)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혜자 선생님 오셨습니다.” 막내 조연출이 김혜자(70)의 등장을 알리자 스태프 50여 명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혜자 선생님’으로 통하는 그는 극을 이끌어가는 기둥이자, 스튜디오에선 제일 어른이다. 부조정실에 있던 김석윤 PD도 스튜디오까지 직접 와서 동선을 설명했다.

 “카메라가 잘 나오려면 더 앞쪽으로 나오셔서 대사를 하셔야 해요.”

 동생 보희(이보희)의 명품 코트를 문인회 바자회에 내놓은 혜자가 보희에게 추궁 당하는 장면이다. 혜자는 “안 입는 줄 알고 내놨다”고 변명하다가 동생이 “돈으로 물어내라”고 하자 금세 찾아 오겠다며 꼬리를 내린다. 화 내는 보희 앞에서 쩔쩔매는 혜자를 지켜보는 좌중은 킥킥 웃음을 터뜨린다. 이날 촬영은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이어졌다. 김석윤 PD는 “일일극이라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오락성이 전제된 작품이기에 현장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즐겁게 끌고 간다”고 했다.

 케이블 방송으로는 성공 기준인 시청률 1%대를 기록하며 순항 중인 ‘청담동 살아요’는 한국 신분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면서도, 그간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족애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 PD가 말한 세 가지 큰 줄거리를 따라 매력 포인트를 살펴본다.

 ① 혜자의 거짓말

 어린 시절 문학소녀였던 혜자는 시를 쓸 때 행복하다. 하지만 청담동에서 시인에게 강의를 들으려니 백화점 VIP 고객이 돼야만 한다. 그래서 “상가 딸린 건물 하나, 브라질에 내 이름을 딴 리조트가 있고, 양평엔 별장, 도베르만 6마리를 키운다”고 거짓말을 한다. 혜자가 거짓말을 하고 이를 수습하려는 상황에선 폭소가 터진다. 계급사회에 대한 유쾌한 풍자다. 김 PD는 “부에 대한 갈망도 있지만 가장으로서 삶을 아웅다웅 헤쳐나가려는 혜자는 우리시대에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라고 했다.

 ② 88만원 세대의 사랑

 직장에서 잘린 후 친구의 소개로 상위 1%만 간다는 레스토랑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한 지은(오지은). 그는 레스토랑에서 ‘호두까기 인형’에 맞춰 발레를 하는 청담동 부잣집 자제에게 “호두 까고 있네”라며 빈정거린다. 김 PD는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판타지가 섞인 ‘칙릿 장르’를 보여줬다면 ‘청담동 살아요’에선 이 시대 평범한 여성의 고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사랑도 사치인 ‘88만원 세대’ 지은은 경제적으로 양 극단인 백수 청년과 건축가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진정한 사랑을 탐색한다.

 ③ 하숙생과 대안가족

 다섯 명이 모로 누워야 잘 수 있는 반지하방에서 합숙을 하는 아이돌 준비생, 험상궂은 외모로 경찰의 불신검문을 수시로 받는 백수, 기러기 아빠라 빚더미에 앉은 청담동 성형외과 의사 등 혜자네 집에 사는 하숙생들은 지금 여기 소시민의 삶을 압축해 보여준다. 그리고 이 외로운 사람들은 가족처럼 서로를 보듬어준다.

 김 PD는 “가진 자를 왜곡하려는 것이 아니다. 돈이 있든 없든, 외로운 섬 같은 인간들이 전통적인 가족애를 통해 희망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김혜자의 거짓말 릴레이


“남편이 브라질에서 정형외과를 전공했어요. 펠레가 우리 남편 아니면 다리를 안 맡겼어요. 남편 명의로 축구장 하나, 내 명의로 리조트 하나 있어요. (이름이?) 혜자 김 리조트.”

 - 남편이 미국 명문대를 졸업했다며 자랑하는 청담동 사모님들에게


“옛날에 우리 남편이 외국에 있을 때 부리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워낙 우리 남편을 좋아해서 한국까지 따라왔어요. (외국인인데 왜 김 기사야?) 귀화했잖아. 이름이 마이클인데 미국에선 김씨처럼 마이클이 흔하니까.”

 - 외국인 기사가 딸린 차가 있냐는 질문에

 
“우리 집이 무섭겠지. 들어가봤자 훔쳐갈 게 없다고 말하고 싶겠지. 우리 집 건 너무 커서 처분하기 힘들었을 거야. 그래서 너는 스스로 최면을 건 거야. 저거 훔쳐가도 소용없다. 없는 걸로 치자.”

- 청담동 부잣집에 도둑이 드는데, 자기 집에도 도둑이 들었다고 거짓말한 혜자, 경찰서에서 도둑과 대면하자 도둑에게 궁색한 변명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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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