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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지원과 보호는 다른 문제…중기 지원한다며 퇴출 막는건 곤란


송병준 산업연구원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양극화가 화두가 되면서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점령(OCCUPY)’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내수와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로 교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거세진다.

하지만 한편에선 지나친 개입이 시장의 효율을 떨어뜨릴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 정부의 ‘보이는 손’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정치경제학) 교수는 이 두 ‘손’이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 온 대표적 학자다. 그는 산업연구원이 개원 35주년을 맞아 연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로드릭 교수는 “한국은 지난 30년간의 성공의 경험을 살리되 여건 변화에 맞춰 산업정책을 새로운 형태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기술 혁신에 집중됐던 자원을 혁신적 중소기업과 일자리에 배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동시에 “중소기업 지원이 산업정책이 아닌 사회정책으로 변질돼 퇴출과 진입을 제약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14일 송병준 산업연구원장이 그와 대담을 나눴다. 다음은 주요 문답 내용.

 -한국은 산업 변방국에서 무역 1조 달러 규모의 산업강국으로 변모했다. 성공에 기여한 결정적 요인은 무엇이었나.

 “위로부터의 조정, 소수의 대기업 육성 그리고 승자 선택이라는 핵심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한국의 성공은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다만 30년 전과는 나라 안팎의 여건이 크게 바뀐 만큼 일부 수정해나갈 필요가 있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식의 정책을 만드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처럼 섬유에서 중화학공업, 자동차 순으로 계속 새로운 유망 분야를 찾아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는 보다 민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정 산업에 대해 우선순위나 지원책을 내놓기보다는 민간과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과정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내수 확대와 일자리가 한국사회의 화두다. 산업정책도 고용친화적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산업정책의 핵심은 경제 구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자면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는 것과 함께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만드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한국의 제조업 일자리의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선진국들이 이미 경험한 탈산업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에서 빠져나온 인력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 분야로 가면 임금이 깎인다. 결국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유통·금융·사업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기업이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과는 사뭇 다른 산업구조가 필요하다. 그간에는 소수 대기업들만이 산업을 주도해왔다. 새로운 시대를 주도해갈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신생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다. 구글 등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들은 10~20년 전에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곳들이다. 창조적인 중소기업의 창업 지원에 역점을 둬야 한다.”

 -한국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을 펴고 있다.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나라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중소기업을 위한 산업정책을 사회정책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중소기업의 시장 퇴출과 진입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회정책은 실업보험,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실천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과 보호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유럽과 미국의 상황이 어렵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나.

 “유럽 위기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 유럽은 각국이 보다 수준 높은 통합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실패를 인정하고 해산할 것인지 기로에 직면했다. 현재 논의되는 재정협약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다만 미국에 대해선 덜 비관적이다. 이전 같은 성장은 어렵겠지만 더블딥(경기 재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수출시장 다변화 효과로 타격이 덜하다. 다만 선진국 경기 둔화와 함께 보호주의가 대두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조민근 기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좋은 경제 정책’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좋은 정부’의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왔다. 정부가 너무 많이 개입할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 적게 개입해도 시장 기능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사회과학연구소가 제정한 앨버트 허시먼상의 첫 번째 수상자이며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에프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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