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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부적절한 처신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총장 재임 당시 재판 중이던 이국철 SLS그룹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회장과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로비스트 문환철 대영로직스 대표다. 그는 최근 이 회장에게서 로비자금 7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인물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달 말, 일부 언론을 통해 검찰 최고위층을 두 차례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장은 “총장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해 만났다”며 “당시 SLS 수사와 관련한 나쁜 소문들이 있었고 검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혹시 무슨 사고가 나지 않을지 대응하기 위해 정확한 판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만남 이후에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리고 이를 놓고 검찰총장이 이상한 뒷거래를 한 것처럼 보도해 검찰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말 부적절했던 것은 김 전 총장의 처신이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다 믿는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먼저 상황 판단을 위해 재판 중인 피고인을 만났다는 것은 검찰총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주를 넘어선다. 검찰총장은 민원처리 기관이 아니라 검찰을 이끄는 수장이다. 피고인은 검찰 조직에서 수사해 재판정에 세운 사람이다. 수사 관련 나쁜 소문이 있다면 당연히 검찰 조직을 움직여서 밝혀냈어야 한다. 더욱이 피고인은 억대 로비자금을 뿌린 기업 회장이다. 그런 사람을 외부에서 만났다는 것은 오해받을 만한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또 모든 비리사건은 지인이 소개한 착실한 이웃과 ‘한 번의 식사’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검사 출신인 김 전 총장이 몰랐을 리 없다.

 이 회장은 자신이 로비한 검찰 관계자가 13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 회장이 직접 만난 것은 김 전 총장 등 두 명뿐이고, 다른 사람은 문환철이 만났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검찰 로비는 대부분 실체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재판 중인 피고인이 검찰총장을 사사로이 만난 게 밝혀진 마당에 이런 검찰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석연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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