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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개콘이 바꾸는 세상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내 집 장만하는 거 어렵지 않아요. 아~무 것도 안 하고 숨만 쉬고 살았을 때 89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요.”

 몇 달 전 개그콘서트(개콘)의 ‘사마귀유치원’에서 개그맨 최효종은 초등교사를 거론하며 서민·중산층의 내 집 마련 꿈이 얼마나 먼 얘기인지를 풍자했다. 그는 한발 더 나가 “(아이 둘 키우려면) 1인당 양육비가 2억4000만원씩 들기 때문에 아이들과 숨만 쉬고 살았을 때는 217살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비틀어댔다. 통계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굳이 따지지 말자. 우리 모두 느끼는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시청률 20%를 웃도는 개콘의 힘은 정부 정책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12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재형펀드’가 포함됐다. 중장기적으로 재산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중산층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매력적인 금융상품이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저리대출 상품도 내년에 나온다. 이번 정책으로 서민·중산층의 내 집 마련 꿈을 다독이는 패키지가 마련됐다고 정부는 자부한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당장 집 살 생각이 없으면 현행 전·월세 소득공제를 활용하고 지금 구매 의사가 있다면 생애 최초 대출이나 무주택 서민용 대출상품을, 나중에 계획 중이라면 재형펀드를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어디 그뿐인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되는 0~5세 무상보육도 ‘사마귀유치원’의 보육·교육비 풍자가 한몫했다고 본다.

 툭하면 원리·원칙을 따지며 국회나 사회 부처를 상대로 “아니되옵니다”를 읊조릴 법한 경제 관료 상당수도 개콘을 즐겨 본다.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을 비롯해 개콘 애청자를 자처하는 고위 관료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물론 그저 재미로 보는 것이겠지만, 대중 정서를 제대로 읽고 정책을 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개콘 역시 재래시장이나 중소기업 못지않게 대통령과 장관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현장’일 수 있다.

 현장에서 좋은 정책이 나온다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사실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과 포퓰리즘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정부는 ‘정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잣대로 둘을 가를 수 있다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포퓰리즘 정책일수록 정책 수요자의 피부에 착착 감기는 경우가 어디 한둘인가. 기초노령연금이 그런 예다.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지만 한번 잘못 설계된 탓에 고치기가 힘들다. 제도를 고친 것도 아니고 자동 증가분만 반영해 ‘숨만 쉬었을’ 뿐인데 관련 예산이 올해 2조8252억원에서 내년 2조9665억원으로 늘어난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좋은 경제정책일수록 인기가 없다. 개콘은 인기 없는 정책을 다루지 않아도 된다. 아무도 웃지 않을 풍자는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정부는 인기 없는 정책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정책은 개그보다 어렵다.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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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