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양선희의 시시각각] 수사에도 경쟁 도입을

양선희
논설위원
요즘은 같은 정당원끼리 주먹질하고, 의사들은 액젓 뿌리고 싸우며, 판사들은 막말을 한다. 입 큰 사람들은 저마다 트위터로 온갖 논란거리를 날려대며 사회 갈등에 불을 지핀다. 가뜩이나 시끄러운 세상에 질서를 잡아야 할 검찰과 경찰도 대놓고 다투는 중이다. 검·경 수사권 갈등 때문이다. 올여름 시작된 이 갈등은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지고 나갈 만큼 치열하더니 시행령인 대통령령의 총리실 조정안이 나온 뒤엔 충돌 양상으로 번진다. 특히 경찰의 집단반발이 거세다. 전국 수사경찰 1만5000명이 수사경과 반납의사를 밝히고, 전·현직 하위직 경찰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이 ‘경찰청장과 수뇌부 사퇴’를 요구했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이 사표를 던지고, 조현오 경찰청장도 사퇴 의사를 밝히며 마치 릴레이하듯 ‘사퇴 이벤트’를 벌인다. 14일 입법예고 기간이 만료됐지만 끝이 안 난다.



 그래서 법안과 사안을 한번 꼼꼼히 들여다봤다. 먼저 가장 큰 논란거리인 “왜 경찰 고유업무인 내사를 검찰에 보고하느냐” “수사 중인 사건에 검찰이 수사중단 및 송치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수사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문제는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내사 첩보는 경찰의 수사 무기 중 하나다. 이런 정보까지 검사가 통제하며 수사 전 단계를 장악하면, 경찰은 뭘 먹고 사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단순 지휘·관리 기관이 아니라 수사에선 경찰과 경쟁관계다. 이런 경쟁 상대끼리 힘이 우세한 한쪽에 정보를 몰아주고 수사를 도중에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은 시장논리로 보면 전형적인 불공정 게임이다. 이에 대해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쯤에서 덮는다.



 문제는 이 사안이 국민에게도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 입장에서 수사란 공적(公的) 폭력을 대면하는 일이다. 수사가 시작되면, 관계된 사람에겐 ‘유죄(有罪)추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국민에게는 안전하게 수사받고, 억울함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더 많이 보장되는 쪽이 유리하다. 이런 눈으로 보니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번 법안에선 검찰이 경찰 수사 일체를 지휘하고 내사도 관리토록 한 큰 이유로 인권보호를 들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기관이지 인권보호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 등의 사건을 통해 검찰과 인맥이 닿아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편리한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보여준다. 힘없는 국민에겐 억울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대검 중수부 검사 출신인 박주선 의원도 “(검찰이) 번번이 제 식구를 감싸는 행태도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검찰 중립성을 감시하기 위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감찰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이 이렇게 중립성 자체를 의심받은 지는 꽤 됐다. 기소권이라는 막강 권력을 가진 검찰에 수사권 일체와 정보까지 몰아주기엔 미심쩍다는 얘기다.



 한 기관의 관행을 바꾸는 건 외부 감찰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체질을 바꾸는 데는 ‘경쟁’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건 이미 시장에서 입증된 바다. 검찰과 경찰을 수사에서 경쟁토록 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에겐 이익이다. 인권보호는 현재 검·경과 정부에 마련된 인권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도록 하고, 두 경쟁자가 눈을 부릅뜨고 서로 감시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정권 말기 검찰권 약화를 시도하려던 정치권의 ‘꼼수’에서 시작됐었다. 원래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들고나왔는데 검찰개혁의 핵심이었던 앞의 둘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수사권 조정만 남았다. 가만히 있던 검·경을 들쑤셔 싸움 붙여놓은 정치권은 일찌감치 내홍에 휩싸여 나 몰라라 한다. 조정에 나선 총리실은 제3자가 봐도 ‘이게 뭐야?’ 싶은, 별생각 없이 조문만 다듬은 것으로 보이는 시행령을 서둘러 내놨다.



 총리께 권합니다. ‘법률가의 눈’으로 법조문만 보지 마시고, 수사의 질서와 권력이 국민의 이익과 우리 시대의 정신에 부합하도록 돼 있는지 이 나라 ‘총리의 눈’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시지요.



양선희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