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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산 넘어 산

지난 10여 년간 경제 위기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청해야 했던 아시아 외환 위기를 넘어서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럽이 새로운 위기의 진앙이 되고 있다.

 한 가지 어려운 일이 채 끝나기도 전에 더 힘든 일이 이어지는 걸 한자 성어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한다. 속담으로는 ‘갈수록 태산’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또 다르게는 ‘산 넘어 산’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산 너머 산’으로 잘못 적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 넘어 산’과 ‘산 너머 산’의 차이는 무엇일까. ‘넘어’는 동사 ‘넘다’에서 활용한 것이므로 ‘높은 부분의 위를 지나가다’란 의미가 살아 있다. 즉 ‘동작’을 나타낸다. ‘산 넘어 산’은 산을 넘었는데 또 산이 있다는 것으로 힘든 일이 계속된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이에 반해 ‘너머’는 ‘넘+어’에서 오긴 했지만 ‘동작’의 의미는 엷어져서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때는 ‘위치’를 나타낸다. 즉 ‘높이나 경계로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래서 ‘산 너머 산’이라고 하면 ‘산 저편의 산’을 의미한다.

 ‘못미처’와 ‘못 미쳐’도 이런 유형의 구별이 필요한 표현들이다. ‘못 미쳐’의 경우는 ‘공간적 거리나 수준 따위가 일정한 선에 닿다’란 의미의 동사 ‘미치다’에서 활용한 것으로 ‘미치+어’ 형태이므로 ‘미쳐’로 쓴다. ‘못미처’는 일정한 곳에 이르지 못한 거리나 지점을 이르는 명사로서 ‘미쳐’와는 형태를 다르게 적는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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