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2월 주총 앞두고 일본파 vs 해외파 대립 격화
이처럼 현 경영진이 예상 밖의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건 극도의 위기감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우드퍼드에게 회사 경영권이 넘어가고, 그 경우 그동안 자신들이 구축해온 92년 전통과 조직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드퍼드는 발끈하고 있다. “부정을 고발한 나를 몰아내는 데 앞장섰던 경영진으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우드퍼드는 일단 올림푸스의 대주주인 외국계 펀드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사우스이스턴 애셋 매니지먼트는 “새 경영진을 현 경영진이 제안하는 건 잘못됐다”며 우드퍼드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의 투자펀드들도 “지금 난국을 해결할 이는 우드퍼드밖에 없다”고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30%가량에 불과하다는 게 우드퍼드의 고민이다.
관건은 약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기관투자가들의 동향이다. 현재로선 일본의 보수적 금융기관들이 현 경영진의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일본 언론들도 올림푸스의 부정을 비난하면서도 은근히 현 경영진을 편드는 논조다.
하지만 미쓰비시UFJ 그룹이나 니혼(日本)생명보험 등 대주주들이 최근 들어 올림푸스의 지분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 것이 변수다. 이들이 시장에 내놓는 주식을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이고 있다. 이 경우 우드퍼드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올림푸스 회계부정 사건=지난 10월 14일 기쿠카와 쓰요시(菊川剛·70) 회장 휘하의 경영진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영국 출신의 우드퍼드 사장을 해임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우드퍼드는 “회계부정을 기쿠카와 회장 등 이사진에게 캐묻자 나를 해임한 것”이라고 폭로하면서 사태는 반전됐다.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올림푸스는 1999년께부터 주식투자 등에서 거액의 손실을 보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하는 과정에서 유령업체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자문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려 온 게 들통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현재 일본에선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