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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탐사] MB 기약 없는 후퇴

박보균
대기자
단순 후퇴가 아니다. 꽁무니 빼기다. 후퇴에는 질서가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도 있다. 꽁무니 빼기는 다르다. 지리멸렬의 기약 없는 후퇴다. 허둥지둥, 혼잡스럽다. 무기력한 패주(敗走)다. 이명박(MB) 정권의 안쓰러운 모습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무효투쟁은 계속된다. MB 정권은 반격하지 못하고 있다. 속수무책이다. 거리 투쟁의 지치기만을 속절없이 기다린다. 거리 투쟁은 반(反)FTA 수구(守舊) 세력의 결집이다. 한복판에 반MB의 좌파세력이 있다. 그 지도부는 진실을 외면한다. 사고(思考) 습관이다. 그들의 대응 방식은 히스테리다. 흥분과 비방, 말 바꾸기다.

 그 다음에 거짓을 생산한다. 거짓말은 클수록 심리적 효과가 있다. 괴담과 음모론은 절박하고 황당해야 한다. 그럴수록 얘기가 된다. 이념 전선에서 입증된 것이다. 여기에 사실을 양념으로 살짝 섞는다. 그 조합의 효과는 증폭된다.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효험은 확인됐다. 이번엔 미국과의 FTA로 인한 피해의식을 전염시키려 한다. 과테말라가 죽 쑤고, 볼리비아가 망하고, 에콰도르가 어떻다고 한다. 그러나 몽땅 과장과 사실 오류, 엉터리로 판정 났다.

 개방 반대의 지도부는 거리 투쟁에 동료 의식을 넣는다. 그들 진영에선 억지를 써도 박수 쳐준다. 집단에 최면을 건다. 그 대열에 일부 판사들도 합세했다. 그들은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도 문제 삼았다. 주권침해라고 한다. 그런 접근이라면 한국은 모든 나라의 경제식민지다. 한국의 시장 개방 역사는 그 반대다. 개방으로 나라를 키웠다. 이젠 무역 1조 달러의 수출 9위다. 외국에선 기적으로 부러워한다.

 반FTA 세력의 전통은 오래다. 개방 반대수구파의 명맥은 끈질기다. 그 집단의 정치적 유전자(DNA)는 전이된다. 악담과 비관은 반복된다. 그들의 저항은 충정의 수준을 넘었다. 하지만 그들의 저주와 두려움은 실현된 적이 없다.

 김대중(DJ) 정권 때 사례가 실감난다. DJ는 일본 문화의 단계적 개방을 추진했다. 수구좌파는 “한국의 영화·대중음악은 망한다. DJ 문화는 친일·왜색(倭色)인가”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한류의 성취는 저주와 낙담을 퇴출시켰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도전과 진취에 익숙하다. 그들은 한류의 신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K-팝으로 일본 대중문화계를 석권하려 한다. 노무현은 대통령 취임 뒤 시장 개방의 도전적 매력에 끌렸다. 개방이 기회임을 터득했다. 노무현은 “개방에 대해 우리 국민은 지금까지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할 만큼 적응력이 높다”고 자신했다. 한·미 FTA는 이명박·노무현의 합작품이다.

 하지만 FTA 반대세력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노무현의 언행까지 깔아뭉갠다. 그들은 MB반대투쟁의 새로운 실험을 한다. 시민단체와 정당을 묶는 전선을 만들고 있다. 그 전선의 한쪽 귀퉁이에 민주당이 옹색하게 자리한다.

 MB정권은 상처투성이다. 조롱과 경멸이 거리와 트위터에서 쏟아진다. 이 지경까지 간 것은 자업자득이다. 한나라당의 FTA 단독 통과와 후폭풍 직후다. 민심은 대통령의 반응을 긴장하며 주시했다. MB는 “옳은 일은 반대가 있어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무덤덤했다. 맥 빠지게 하는 발언이다. 그것은 MB 정권의 투지 상실로 비춰졌다.

 여론이 갈린 격렬한 상황이다. MB는 FTA 지지파의 신념을 확인시켜 줬어야 했다. 다수 국민은 의사당 최루탄에 분노했다. 그 최루탄은 우리 국민의 위대한 도전과 성취를 모독했다. MB의 말 속엔 개탄을 주고받는 공감의 얘기가 없었다. 대통령의 언어는 의연해야 한다. 하지만 강렬해야 한다. 대치상황에서 도덕 교과서를 읽으면 산만해진다. 대중의 분출되는 감성과 상상력을 붙잡아야 한다. 한·미 FTA는 시장 개방의 완성이다. 박정희의 수출입국, DJ의 문화 개방, 노무현의 개방·도전 정신을 정점에서 묶었다. MB는 역사의 파노라마를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MB정권은 당당함을 잃었다. 개방 승리의 역사적 진실이 있는데도 소극적이다. 진실은 강력한 무기다. 반전(反轉)의 승부수를 꺼내지 못한다. 청와대는 비웃음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회피와 시간 끌기, 우회로 찾기에 골몰한다. 그런 방식은 꼼수다. ‘나꼼수’의 토양은 MB정권이 만들어줬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실착이 묘수가 된다. 회심의 한 수가 패착이 된다. 우회, 회피는 그런 오묘함을 기대할 수 없다. 원칙과 정면 돌파만이 정권의 행운을 잡는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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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