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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동영상 … ‘SNS 관음증’이 빚은 마녀사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관음증을 발판으로 한 ‘마녀 사냥(witch hunt)’의 무대가 됐다. 여성 방송인 A씨의 성행위 장면이 담겼다는 동영상이 트위터 등 SNS의 그물을 타고 유포되면서다.

이번 동영상 유포는 ①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②최초 유포자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가운데 ③대다수의 수용과 방관 속에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누구라도 대상이 된다면 꼼짝없이 코너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 동영상이 처음 인터넷에 올라온 것은 지난 4일. 한 해외 사이트에 그의 실명을 붙인 블로그가 개설됐다. 블로그엔 2분52초 분량의 동영상과 함께 여권 스캔, 병원진료 기록지 등이 올려졌다.

이 블로그를 만든 미국인 B씨는 “동영상 등은 A씨와 동거했던 전 애인에게서 받았다. A씨 가족 측이 해결사를 고용해 전 애인을 감금하고 폭행해 동영상을 공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동영상은 5일 A씨 측이 경찰에 유포자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담은 글을 계속해서 리트윗(RT·재전송)했다. 유포에 1~2주 이상이 걸린 1998년의 ‘O양 비디오’, 2000년 ‘B양 동영상’ 때와 달리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과거의 경우 CD를 복사하거나 성인용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를 받고 개인들이 e-메일로 교환하는 수공업 방식이었다면 이번엔 리트윗만 누르면 되는 대량생산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A씨 이름이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자 “A씨 동영상은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을 덮기 위한 술수”라는 유언비어까지 번졌다. 오후 10시쯤에는 ‘[긴급속보] ○○○ 섹스비디오 유출 파문으로 오후 8시45분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이란 거짓말까지 등장했다.

문제의 블로그에서 동영상이 삭제된 6일에도 대중의 관음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동영상이 저장된 다른 사이트를 알려주는 ‘친절한 리트윗’이 이어졌다. 오후부터는 A씨 가족의 신상정보, 대학 생활 등을 공개하는 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슈만 나오면 의견을 내놓던 파워 트위터리안들은 침묵했다.

온라인 세상의 흐름이 1% 이용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90:9:1 법칙’처럼 첫 유포자 B씨가 의도한 ‘인격살인’이 현실화된 것이다. 경찰은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A씨 측에 대해 고소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B씨는 이날 오후 블로그에 사진을 추가로 올리고 “법정까지 가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 교수는 “SNS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부정적이거나 허위인 정보를 너무 빨리 확산시키는 역기능도 있다”며 “불특정 다수에게 모든 네트워크와 과거가 노출된 피해자는 그 고통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박창호(정보사회학) 교수는 “SNS의 파급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보니 검증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무분별한 신상 털기에 빠져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리트윗 등 전달만 하더라도 비도덕적 행위에 적극 참여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권석천 사회부문 차장


◆90 : 9 : 1 법칙=인터넷 이용자의 90%는 관망하며, 9%는 재전송이나 댓글로 확산에 기여하고, 1%만이 콘텐트를 창출한다는 법칙. 덴마크의 인터넷 전문가인 제이컵 닐슨(Jakob Nielsen)은 이 법칙을 들어 “쌍방향 소통이 활발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참여 불균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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