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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업체와 학부모가 만났더니 …

“문제를 풀다 틀리면 참고할 수 있는 다른 단원을 찾을 수 있도록 문제 옆에 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초등 고학년은 채점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해요. 설명 부분이 있는 답지 외에 정답만 있는 해답지가 필요해요.”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교재개발업체 회의실에 30~40대 여성 23명이 모여 수학 교재를 분석했다. 교재의 장단점과 다음 교재 개발에서 가감되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의견도 스스럼없이 내놓았다. 전문 교재 개발자가 아닌 초등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다. 지난 5월부터 교육출판기업 미래엔에서 ‘문해길(문제 해결의 길잡이) 부모 마니아’ 1기로 활동 중이다.

이날은 그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11월 초 자신들이 직접 참여해 개발된 교재의 출간을 자축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윤진희(35·서울 노원구)씨는 “교재 맨 앞에 문해길 부모 마니아 이름과 자녀의 이름이 나온다”며 “아이가 교재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직 아쉬운 부분도 있다. 문항 수가 많으면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문제 수를 적게 해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했으면 싶단다. 박은희(40·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씨는 직접 교재 개발에 참여하면서 교재 보는 안목이 생겼다. 박씨는 “교재 한 권에서 팁을 너무 많이 주면 아이들이 그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한다”며 “사고를 확장할 수 있게끔 단서만 제시하는 교재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수진(36·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씨의 자녀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혼자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이씨는 “개념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며 채점도 스스로 하고, 풀이 과정을 분석할 수 있는 교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녀 가르친 현장 경험 교재에 녹여

미래엔 ‘문해길 부모 마니아’ 모임 학부모들이 지난 5월부터 제작에 참여해 최근 출간이 된 교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교육기업들에서 활동하는 학부모 모임들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교육 정보나 사교 모임을 갖는 데 그치지 않고 교재 개발 기획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래엔 문해길 부모 마니아는 교재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샘플, 최종 출간, 모니터링까지 모든 과정을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부모 마니아는 초등 수학교육의 트렌드와 교육 과정, 특성 등에 대한 토의를 거듭해 개발팀과 함께 샘플 교재를 완성했다. 자녀와 이 교재로 학습을 한 후 구성이나 난이도, 학생 눈높이 풀이, 문제 선별 등을 담당했다. 표지 선정을 할 때에도 몇 가지 시안에 대해 이들의 의견을 계속 업데이트해 최종판을 완성했다.

미래엔 개발실 수학팀 이승연 과장은 “교재 개발자들은 교재는 만들지만 그걸로 직접 가르쳐본 경험이 없다”며 “직접 자녀를 가르친 엄마들이라면 현장 경험을 교재에 녹일 수 있을 것 같아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사고 우공비맘은 초등학생 참고서 우공비를 체험한 후 의견을 내놓고 평가하는 프로슈머 모임이다. 교재 모니터링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설문조사와 시장조사에도 참여한다. 한 학기 동안 제공 받은 교재로 자녀와 공부를 한 다음 교재를 사용하면서 느낀 점 등을 평가서에 작성한다. 표지나 난이도, 구성, 체제, 디자인을 포함해 40여 가지의 평가해 다음 학기 교재 개발에 반영한다.

표지 선정부터 커리큘럼 제안까지

실제 이번 학기 신사고 우공비 교재는 표지 컬러가 많이 바뀌었다. 1학기 표지 디자인은 국·수·사·과 모두 동일한 남색 컬러였으나 초등학생이 사용하기에 어둡고 과목별 구분이 안 된다는 우공비맘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2학기 표지부터 과목별 컬러를 달리하고,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밝은 컬러의 표지로 교체했다. 제본 방식도 아이들이 다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고리중철(옷걸이 모양으로 생긴 중철 형태로 튀어나온 부분이 본책과 연결돼 잡아 빼서 쓰는 형태)에서 무선 제본으로 개선됐다.

새로운 컨셉트의 교재 개발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예컨대 기존 전과의 경우 혼자서 예습, 복습하기에는 불편한 체제로 구성돼 있어 주로 찾아보는 용도, 숙제 해결로 사용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사고 마케팅팀 장정화 팀장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자습서’의 체제를 갖춘 신개념 교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초등 자습서를 새롭게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론칭에도 기업 학부모 모임의 활약이 크다. 지난해 튼튼영어는 자기주도형 영어대안학원인 튼튼영어 마스터클럽을 론칭하면서 학부모 모임의 도움을 받았다. 교육 과정에 대한 ‘학부모 리포터’의 소소한 의견도 있었지만 교재가 어렵다는 의견이 반영돼 예비 단계 교재가 출시되기도 했다. 자기주도학습관의 단점이 인풋에 비해 아웃풋 기회가 적다는 의견도 있어 그룹 수업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튼튼영어 마스터클럽 황성민 팀장은 “학부모 모임을 통해 엄마들의 요구를 직접 들으며 정확한 의견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래엔 이승연 과장은 “개발자 입장에서만 교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인 부모나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학부모 모임이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 교육업체 학부모 커뮤니티(이름, 내용 및 특징)

· 문해길 부모 마니아(cafe.naver.com/mathmap, 미래엔): 학부모가 교재 기획부터 개발까지 참여. 온·오프라인으로 의견 나눠.
· 우공비맘(www.sinsago.co.kr/ugbmom, 좋은책신사고): 온·오프라인 모임 진행. 우공비 초등 교재 체험 수기부터 글쓰기 학습법 등 각종 교육 정보 교환.
· 튼튼마클(cafe.naver.com/emasterclub, 튼튼영어 마스터클럽): 회원부터 일반인까지 누구나 참여. ‘학부모 리포터’ ‘마클 브런치 클래스’ 운영
· 아이디토(www.i-ditto.com, 천재교육): 교육·독서·체험·문화로 섹션별 콘텐트 나눔. 모바일 접속 가능 해법튠(tune.chunjae.co.kr, 천재교육): 자녀를 우등생으로 키우는 학습법, 중·고등 자녀를 둔 선배 엄마의 조언
· 맘앤토크(www.momntalk.com, 비상교육): 학부모 스스로 교육 멘토가 되자는 콘셉트. 온·오프라인을 통한 교육 정보 제공. ‘무료 행복! 특강’으로 자녀와의 대화법, 진로 적성의 이해정보
· 윤스맘(cafe.naver.com/iyoonsmom, 윤선생영어교실): 일반 학부모 가입 가능.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IGSE), 국제교사교육원(TTI)의 전문 영어 학습 정보
· 엠주니어 ‘학부모 공감’(www.mjunior.co.kr, 엠주니어): 학부모 유형검사를 통한 자녀의 학습 지도법 분석, 올바른 지도법
· 북키쿠키(www.bookycooky.com, 한우리독서논술): 직접 자녀의 독서지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 제공. 전문가들의 독서, 논술지도에 대한 상담, 추천도서 정보. ‘독서상담 클리닉’ 별도 운영
· 러브맘(www.lovemoms.co.kr, 두산동아): 교육설명회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메타블로그’ 형태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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