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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 수석, 대우 임원, 증권관리위원 … 경제 정책· 실물 꿰뚫어

“인생 전체가 위기와 난제를 풀기 위해 디자인된 것 같은 사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 측근인 서근우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이렇게 평한다. 그럴만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갑자기 등장한 ‘무명의 구원 투수’가 이헌재다. 그가 비상경제대책위원회 기획단장으로 일하며 김용환 비대위원장과 입안한 기업 구조조정 원칙은 지금도 ‘교과서’로 불린다. 이후 2년여간 기업·은행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남들 100년 걸릴 개혁을 1년에 해치웠다”는 평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도 카드 사태 진화를 위해 2004년 그를 경제부총리로 부른다. 그는 어떻게 ‘한국 경제 위기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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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정처 없는 인생’이라 칭하는 그의 풍상(風霜)에 답이 있다. 68년 행정고시 수석 합격 후 승승장구하던 재무부 관료였던 그는 율산 사태에 휘말려 10년 만에 공직에서 물러난다. 이후 ‘대우’ 임원, 신용평가사 사장, 증권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치면서 시장을 배우고 익힌다. 외환위기 때 함께 일했던 최범수 신한지주 부사장은 “정책과 경영은 물론 기업 평가와 금융까지 경제 정책 관련 모든 업무를 꿰고 있었다”며 “국난(國難)의 시절 일사천리, 쾌도난마로 개혁과 구조조정을 해치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독특한 경력과 경험이 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 퇴장은 그러나 등장과 달리 초라한 편이었다. DJ 땐 위기 진화 후 ‘팽’ 당하듯 물러났다. 정치적 우군이 없었던 탓도 컸다. 386 참모들과 갈등이 컸던 노무현 정부에선 부동산 편법 투자 의혹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했다.

 ▶44년 중국 상하이 출생 ▶62년 경기고 졸업 ▶66년 서울대 법대 졸업 ▶68년 행정고시 합격 ▶74년 재무부 금융정책과장 ▶82년 대우 상무 ▶85년 한국신용평가 사장 ▶91년 증권관리위원회 상임위원 ▶97년 12월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실무기획단장 ▶98년 금융감독위원장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 ▶2004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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